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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열흘, 폭우가 쏟아지더니, 엄마의 텃밭이 정글로 변했다.
그중, 가장 힘이 센 녀석은 호박. 울타리는 물론이고 감나무 밑의 잔디 자리와, 하다못해 장독대 및 장미화단까지 온통 호박 넝쿨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넝쿨이 얼마나 힘이 센지, 향나무 줄기를 타고 그 위의 보리수나무 끝까지 올라타 그냥 놔두면 나무, 꽃 심지어 다른 채소들까지 목이 졸리고 몸이 조여 햇빛은 고사하고 숨을 쉬지 못해 죽게 생겼다.
봄에 구덩이 4개를 만들어 호박씨 몇 개 심으셨다는데, 연로하신 주인이 손을 보기도 전에, 쏟아지는 물폭탄에 신나라 하며 사방으로 줄기를 뻗어간 모양이다.
텃밭 집사(?)인 남편이 보다 못해 호박 넝쿨을 치우는데, 뻗은 줄기가 얼마나 뻣뻣한지, 온몸에 땀을 쏟아내며 사투를 벌인다.
호박 넝쿨이 치워진 자리 밑에는 잔디가 너무 자라 잡초처럼 변했고,넝쿨을 잡아당기다 보리수나무 가지가 꺾였다. 향나무 머리에 얼기설기 얽혀 놓은 넝쿨을 잡아당기니 머리 짐을 벗은 향나무가 숨을 쉬는 듯하고, 울타리 타고 올라간 넝쿨 중간중간 호박잎을 잘라 내니, 그 밑의 당근 줄기가 이제야 햇빛을 받겠구나 싶은지 살랑거린다.
호박에게 말을 걸었다.
호박아~ 다른 채소들과 같이 잘 살자~~~ 상생(相生)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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