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여름 채소...맛.맛.맛.

신실하심 2022. 8. 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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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반찬은 가격에 비해 조리 품이 많이 들어 힘들고, 고기나 생선 요리처럼 화려하지 않아 빛이 나지 않는 편이라, 요새처럼 바쁘고 드러나는 것을 추구하는 세상에서는 그리 각광받지 못하는 재료다.

 

게다가, 반 조리품들이 널린 세상에서 굳이 텃밭에서부터 재료를 들여와 밥상까지 올리는 어려운 과정보다 쉽게 구매해 맛있게 한 끼 해결하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요즘 세상에 맞는 가치관일 수 있겠다 싶지만, 텃밭에서 따 온 여름 채소들을 바로 조리해 먹으면 입 안에 퍼지는 담백하면서도 달큼하고, 매콤하면서도 향긋해 튀지 않고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맛에 취해 밖의 음식이 점점 멀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13년째 매주 엄마 텃밭을 방문해 텃밭제 제철 채소로 식사를 준비하다 보니, 지금 내가 그렇게 되었다.

 

가지를 쪄서 마늘 조금 넣고 조선간장과 깨소금에 조물조물 무치고, 호박은 깍둑 썰어 된장찌개를 만들거나 볶고, 풋고추는 잘게 썰어 멸치와 된장 넣고 다데기를 만들어, 밥에 넣고 비벼 먹는 한 끼는 고기 한 접시 먹는 것보다 더 달달하고 상큼하다. 때론 부추와 채친 호박을 함께 넣어 전을 부치면 손녀들은 다른 반찬은 쳐다보지도 않고 한 그릇 뚝딱이고, 고구마 줄기로 김치를 담그면 애, 어른 모두 시도 때도 없이 고구마 줄기 김치를 찾는다.

 

텃밭 덕에 언제 마트에 갔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여름 내내 텃밭 채소들을 다듬어 반찬을 만드는게 나의 주요 일과가 된 듯한데, 늘 사용하는 채소 재료가 거기서 거기임에도 먹을 때마다 감탄하며 먹는 것을 보면 아마도 텃밭제 여름 채소에 중독이 된 것은 아닌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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