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하나님의 비밀

황톳길이 감사(感謝)길로

신실하심 2022. 8. 1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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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77주년 되는 날.

마침 수영장이 휴관인 날이라, 하루 1 운동의 일환으로 남편과 계족산 황톳길 14.5km를 걷기로 했다.

 

등산이 취미였던 남편과 나 모두 십여 년 전에 한쪽 무릎 연골판이 깨져 수술을 한 터라, 등산을 접은 지 꽤 오래되었는데, 계족산 황톳길은 거의 평지여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폭우가 온 후라, 장동삼림욕장 입구부터 시작되는 황톳길이 무척 질퍽해 오늘은 맨발로 황톳길을 걷기는 어렵겠구나 했는데, 둘레길로 들어서니, 걷기에 적당한 정도로 부드러운 진흙길이 시작되었다.

 

거침없이 신발을 벗어 백팩에 넣고 걷기 시작하는데 끝없는 나무 터널 사이로 솔솔 바람이 불고, 높은음으로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명랑하게 들려온다. 게다가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어 푸른 나무숲 밑의 붉은 황톳길 위에는 남편과 나, 바람만 있다.

 

남편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걸으면서 웃기는 얘기, 애들 얘기, 믿음의 얘기 등을 하다가 문득 서로의 입에서 동시에 튀어나온 '참 감사(感謝)하다' 라는 고백.

 

그저 하나님이 만드신 푸른 숲과 흙, 시원한 바람과 햇빛을 가려주는 구름 아래에서 아무런 지불 없이 그저 누림으로 얻는 행복함과 감사함.

 

열심과 노력으로 눈과 손에 잡히는 것을 많이 획득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지난 날이 떠오른다.

 

어느 날, 그 길에서 억지로 끌어내려져 바닥을 헤맬 때는 버림받은 자로 느껴져 비통하기도 했으나, 내 생각과 달리 우회(迂回)하며 지나 온 시간들이 결국은 하나님이 동행하시며 전진(前進)시킨 하나님의 길이였음을 깨닫고 나니 더 감사하다. 

 

체력 단련 목적으로 걸은 황톳길 14.5km가 어느 새 내 영혼에 충만해진 감사(感謝)길로 바뀐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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