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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왔니?
같이 왔어요... 왜요? 뭐 손 볼 게 있어요?
토요일마다 엄마랑 나누는 첫인사다.
텃밭의 텃 자도 몰랐던 사람인데 엄마 집을 주말마다 10년 이상 방문하면서 이제는 엄마 집 집사(執事)가 다 되었다.
지난 주말, 유독 뜨거웠던 대 낮에 감나무에 벌레가 아직도 있다면서 약을 쳐야 한다고 엄마 몸뻬 바지 입고 나서는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신 듯한 엄마 표정.
잠시 들어 와 목욕하고 나왔는데 금세 어디서 뚝딱 소리가 나 보니, 강풍에 대문이 비뚤어져서 겨우 닫았다시는 엄마 말씀을 기억하고 대문 손을 보고 있다.
저녁 먹고 나서는 이제 미싱 수선 시작. 91세이신 엄마가 지금도 가장 많이 사용하시는 기계가 재봉틀인데, 84년 생 미싱이 모터가 낡았는지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해 지난주부터 미싱 놀이를 멈춘 상태라신다.
사실, 얼마나 하시겠다고 새로 사냐 또는 이제 미싱 그만 해라는 말들은 연로하신 어른의 맘을 헤아리지 않은 바람직한 말이 아니다. 남편이 미싱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집으로 가져가서 고쳐오겠다고 엄마께 말씀드렸더니, 흐뭇해 하시며 또 하시는 말씀, '자넨 못하는 게 없는 맥가이버일세~'
엄마 집의 불편함을 신경 써 주는 사위에게 늘 하시는 말씀이지만, 장모 식으로 표현한 사위에 대한 최고의 고마움의 표시임을 알기에 돌아오는 발길이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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