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페트병 물받이

신실하심 2022. 5. 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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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녀들이 물에서 키우던 행운목을 증조할머니인 나의 엄마 집으로 입양 보낸 지 한 달 여. 비실비실 누런 잎을 내 죽을까 노심초사하며 들여다보던 작은 나무에서 꽃대가 올라오던 날, 엄마는 탄성을 지르셨단다.

 

그리곤 그 날부터 이 행운목이 엄마의 VIP 화분이 되어 현관에 서 있는 녀석을 거실로 들여놓고 싶은데, 문제는 화분이 너무 무겁고 물을 주면 물받이가 시원찮아 새어 나오는 것.

 

지난 주말, 남편이 엄마의 소원대로 무거운 화분을 거실로 옮기고 물받이를 찾는데 영 마땅한게 없었는지 나를 부른다.

'당신 잘하는 거 있잖아~물건 재활용~ 화분 받침에 물받이가 없어서 뭐든 대야 해~'

 

그리곤 두리번 거리더니 '작은 페트병, 사각으로 된 거 없나' 한다. 엄마 집에 들어 온 물건들은 어지간하면 버려지는 게 없이 한 두 번 다시 사용되는 게 일반이라 분명 그 페트병도 한 개쯤은 있을 것.

 

곧이어 주방에서 찾아 온 페트병 한 면을 자르고 높이를 맞춰 엄마 맘에 쏙 드는 물받이를 만든 후, 화분 받침 밑에 놓고는 남편 스스로도 흐뭇한 모양. 십여 년 이상 엄마와 시간을 보낸 남편이 이젠 엄마가 사는 법에 물이 드었나?

 

이를 본 엄마의 폭풍칭찬. '자넨 참 머리가 좋네. 어쩜 못하는 게 하나도 없나~~~'

 

우린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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