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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속으로 들어오는 으스스한 바람도 4월로 가는 시간을 막지 못하고, 집 주변 걷는 길따라 꽃들의 잔치가 벌어졌다.
사방이 벚꽂 천지다. 갑천변따라 벚꽃이 눈이 부시게 줄 서 있는데, 자세히 보니, 나무 밑둥이나, 세월의 나이를 먹은 두꺼운 껍질 사이에도 벚꽃이 피어있다. 나무줄기에서만 피는 줄 알았던 꽃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도 예쁜 꽃을 폈다. 끈질긴 생명이다.
벚꽃 사이로 해가 떠오르면 사방에 돋아나고 있는 각종 산야초의 움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포자로 번식하는 쇠뜨기다. 열을 내리고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데 그저 잡초로만 알고 있었으니, 사람이 아무리 지식이 많다한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작은 자인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벚꽃 길 따라 노랗고 빨간, 분홍과 자주의 튤립이 가득하다. 천변따라 걷는 이들에게 4월의 생명을 한껏 뿜어내니, 저절로 상쾌해지는 아침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보도 블록 사이의 틈에서 여럿이 수줍게 피어있는 보랏빛 제비꽃을 보았다. 좁은 구석에서도 어쩜 그리 씩씩하게 뽐내고 있는지 경이롭다.
주말 이른 아침, 4월의 꽃들과 함께 한 아주 훌륭한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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