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갯벌과 우리와 조개, 그리고 가벼움

신실하심 2021. 10. 1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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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늘 해오던 일인데도 어느 날은 그 일이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것저것 생각할 일도 많아지고, 어른됨의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자신할 만한 게 없어 살짝 움츠러들기도 한다.

 

또한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얼마나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면 지레 지치기도 하고.

 

그러다, 얼마 전 친한 ㄱㅅ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도 이런저런 일들로 맘이 가볍지 않다며 몸이 그런 마음에 반응해 아파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셨다. 

 

'우리 어디 다녀옵시다~ 우리도 자신만을 위한 쉼이 필요해요~ '

 

그리고, 며칠 후 집에서 1시간 반이면 다녀올 수 있는 서해안 갯벌로 동죽을 캐러 갔다. 사실 캔 동죽을 먹기 위한 캐기가 아니라, 그저 뻘 속에 숨어 있는 조개 찾기 놀이를 하는 게 목적이었다.

 

여러 문제들을 가득 담은 채 여행을 시작했지만, 뻘 속의 조개를 만나러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문제는 없어지고 그저, 나와 뻘과 조개만 남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부드러운 뻘 흙을 밟으면서 맨 발로 모래 놀이하던 어린 시절의 추억도 소환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랫만의 노동으로 몸은 좀 피곤하지만, 잠깐이나마 오롯이 우리 만의 시간을 즐긴 모두가 한층 가벼운 마음이 되어 또다시 내일을 향해 뻗을 힘을 얻고 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