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조개 캐기...힐링의 시간

신실하심 2021. 9. 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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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밖에 나가 놀 때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아들네와 함께 집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서천 쪽 갯벌로 조개를 캐러 나섰다. 45, 6년 전 대학 1학년 때 친구들과 서해의 어느 작은 섬에 여행 갔다가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해 가마솥에 삶아 먹은 희미한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간조 시간을 살펴 전후 2시간 정도 조개 채취가 가능하다는데, 도착하니 낮 12시경. 한창 뜨거운 때라 긴 옷과 모자로 온 몸을 가리고 맨발로 갯벌을 밟고 들어갔다. 주변에는 벌써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꽤 많았다. 세 손가락 갈쿠리, 모종삽, 면 장갑, 바구니 여러 개, 양파망, 그리고 얼린 물과 아이들 간식을 플라스틱 썰매에 싣고 2, 30m 이상 뻘 안으로 걸어 들어가 아무 데나 자리를 잡고, 도구 하나씩 들고 갯벌을 쑤시기 시작했다. 뻘을 파면서 도구 끝으로 느껴지는 조개껍질의 둔탁한 소리가 기막힌 희열을 안긴다. 어른들이 캔 조개가 몇 개 모아지면, 애들은 운반해서 뻘물에 조개를 씻어 바구니에 담는 아주 단순한 작업 현장인데, 캐는 어른이나 운반해 모으는 손녀들 모두 생각보다 꽤 바쁘다. 아이들 손바닥만한 대왕조개도 나오고, 맛소금 뿌려야 잡을 수 있다는 맛조개도 운 좋게 1개 잡았다. 대부분은 동죽이고 간간이 골뱅이도 잡혔고.

 

출발할 때는 그냥 나들이 간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그 놀이(?)를 시작하다보니 얼마나 재밌는지, 팔과 허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쭈그리고 앉아 온 갯벌을 쑤시고 있는 가족들. 간식으로 가져간 오이나 과일들은 먹을 새도, 먹을 맘도 없이 파고 또 파고, 2시간 여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소리에 할 수 없이 손을 멈추고 일어나는데 어찌나 아쉬운지... 

 

어른 넷이 캔 조개가 거의 20kg 정도 된다고 하시는 근처의 칼국수집 사장님 말씀에 이구동성으로 기름값은 나왔네~했다. 사실, 캔 조개를 깨끗이 씻어 해감해 먹기까지가 더 번거롭다는데 아직 정리하기 전이라서인지 조개가 들은 자루를 보니 뿌듯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 날 집 떠날 때는 분명히 이런저런 일로 속이 복잡했는데, 조개 캐는 일에 몰두하면서 머릿속 생각들이 어디로 사라져 마음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진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남편도 나와 같은 맘이었는지, 하루종일 몸을 썼는데도 정신은 오히려 또렷하다고 했다. 아이들 위해서 시작한 갯벌 체험이 어른들에게도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으니 사람이 짠 계획의 결과가 원래의 의도보다 훨씬 더 좋은 쪽으로 확장된 것은 하나님의 도우심인 것이 분명하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조개 캐러 떠나고픈 마음이 간절할 것 같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