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을 향한 기도

신실하심 2021. 9. 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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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온 세계를 덮쳐 열방의 모든 이들의 발이 묶이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한 지 벌써 2년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어른 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발생해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위축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창 밖에서 뛰놀며 커가는 게 정상인 4-9살 나의 손주들도 맘대로 밖에 다니지 못한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 이제는 밖에 나가 노는 것을 잊어버린 듯 해 걱정이 많아진다.

 

다행히, 구순 노모를 보살펴드릴 겸 토요일마다 찾는 엄마 집이 텃밭이 조금 딸린 주택에 울타리까지 쳐져 있어서, 어쩌다 한 번씩 방문하는 손녀들에게는 맘껏 뛰놀 수 있는 훌륭한 나들이 명소가 되었다. 

 

지난 주도 세 손녀들과 함께 엄마 집을 갔는데, 텃밭과 집 안, 옥상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그간 참아왔던 어린이 본성을 원 없이 내뿜는다. 자기 집 아파트 화단에 핀 꽃들은 쳐다보지도 않던 녀석들이 증조할머니 옥상 화분에 피어난 강아지풀을 모두 뽑아 서로 간질이며 깔깔 꼴꼴. 기어 다닐 때 한 번 보고 3년 여 만에 다시 보는 육촌과도 스스럼없이 뛰놀다 사방에 집을 친 거미를 잡으며 노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코로나 세상은 없고, 그저 행복한 세상만 있는 듯하다. 

 

그런데, 지구의 반대편 어디가에는 코로나가 여전히 기세 등등한데도 정치적인 전쟁까지 발생해 철조망 너머의 자유 세계로 아기를 던지는 너무나 슬픈 이별이 있다.

 

40여 년 전 남편과 함께 유학을 떠날 때, 큰 애를 한국에 두고 갔었는데 잠시 떨어져 있던 6개월간 날마다 울면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공부가 늦어져도 같이 지내야겠어서 결국 반년 만에 아이를 미국으로 데리고 왔었다. 기약이 있는 상황에서도 아이와 떨어져 지낸 게 그리도 힘들었는데, 아기라도 살리겠다고 기약 없이 철조망 너머로 아기를 넘기는 부모의 심정을 뭐라 설명할까? 참담 그 자체다. 사진으로 본 한 장면이었지만 내 경험과 교차하며 맘이 무척 아팠다.

 

코로나 세상이어도 가족과 함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느끼며,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온 땅에 코로나 뿐 아니라 전쟁과 기근, 폭력 등 연약한 자들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들이 사라지고, 함께 더불어 사는 보통의 삶이 존재하는 그런 곳으로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