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콩새의 집

신실하심 2021. 6. 30. 14:53
728x90

엄마 집 대문 옆 반 쯤 열려 있는 편지함 속에서 끼끼끼끼 울음 소리가 들린다. 뭐지? 하고 뚜껑을 여는 순간 쬐끄만 콩새가 후다닥 날아간다.

앗... 깜짝이야.

 

살짝 들여다 보니 어미새가 얼마나 바삐 집 재료를 물어왔는지 푹신푹신한 둥지 속에 알에서 깨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듯 보이는 솜털이 부숭부숭한 새끼 2마리와 아직 부화되지 않은 알 2개가 놓여 있다.

 

멀리 날아간 어미새는 혹시 새끼가 다칠까봐 저만치서 짹짹이며 난리가 났다.

 

엄마가 큰 소리로 빨리 문 닫아줘라... 우리 집에 온 귀한 손님이다... 하신다. 

 

엄마 집 편지함은 거의 매년 콩새가 새끼치는 장소인데, 몇 년 전에는 제비가 지붕 안쪽에 둥지를 틀기도 했고, 동네 길냥이들 몇 마리는 이 집이 자기 집인냥 드나들어 때로는 내가 객이고 길냥이들이 주인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하긴, 몇 년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곰치라는 엄마 집 개는 주인을 닮아선지, 어느 추운 날, 새끼를 밴 동네 강아지에게 출산하도록 자기 집을 내 주고 자신은 집 밖에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으니, 내 자리지만 필요한 이에게 적당히 내어주는 나눔과 배려가 가득한 노모의 집은 자연과 인간이 평안히 공존하는 이 땅의 작은 하나님 나라가 아닐까 한다.        

'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염  (0) 2021.07.24
여름 채소 트리오  (0) 2021.07.12
행복한 밥상  (0) 2021.06.14
행복 충전소  (0) 2021.06.12
텃밭....뜯고, 다듬고, 나누고, 대접하기  (0) 202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