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했던 어르신 한 분을 우연찮게 만났다. 세상에 얼마나 반갑던지. 남편 되시는 교수님을 천국으로 보내시고 5년 전 타지로 떠나셨는데, 3개월 전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셨다고 했다. 그간 몸이 많이 편찮으셨다시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많이 야위어 보였다.
남편과 나는 이산가족 상봉한 것처럼 너무 반가워 당장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신장이 좋지 않아, 주로 채소 반찬을 잡수신다기에, 어떤 나물을 좋아하실지 몰라 냉장고 채소를 모두 꺼냈다.
아욱 나물, 머윗대조개살볶음, 호박나물, 무나물, 마늘종 건새우볶음, 들기름 양념깻잎찜, 꽈리고추 멸치볶음, 메추리알 버섯조림, 두부조림, 풋고추 넣은 깻잎 부추전 그리고 두부쌈장과 상추/호박잎 쌈, 알타리김치와 사골 미역국.
이사 오신 후 교회 출석이 오늘로 두 번째라시는 걸 보니, 아마도 외부에서의 식사 역시 오늘이 처음이실 터였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드실까 생각하며 그간 엄마 텃밭에서 공수해와 열심히 연습했던 채소 밥상 차림을 준비했다.
어르신도 코로나 블루를 겪고 계신 중인지 우울하고 외로웠다시며 식사 시간 내내 말씀을 얼마나 많이 하시는지. 머윗대 나물과 아욱 나물이 입에 맞으셨는지 꼭꼭 씹어 잘 잡수신다. 찐 호박잎에 밥을 얹고 두부쌈장 곁들여 입에 넣고 오랜만에 먹어본다시니 오히려 내가 얼마나 감사한지.
두 시간 여 식탁에서 나눈 대화와 음식으로 너무 행복했다는 어르신. 소소하지만 성의껏 준비한 채소 밥상의 위력을 새삼 느낀다.
어르신도 이미 covid 19 백신 접종을 완료하셨고, 나와 남편 역시 이미 백신 접종을 마쳤기에, 가끔씩 이런 밥상으로 어르신을 모셔 대접해야겠구나 맘을 먹는다.
작은 밥상이지만 이웃과 함께 나누니 이처럼 행복한 밥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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