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엄마 집을 찾은 지도 벌써 12년째. 그동안, 엄마의 기력은 많이 떨어지셨으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시려는 의지나 부지런함, 그리고 하늘 영성(靈性)은 더욱 두터워지심을 본다.
점점 꼬부라지는 허리로 움직임이 기민하시진 못하지만, 작은 텃밭을 부지런히 손으로 만지고 다듬어 정원처럼 가꾸시고, 철마다 심는 채소들도 자리를 바꿔가며 각기 좋아하는 터를 힘써 찾아주신다.
손주며느리가 보낸 다 죽어가는 화분 장미를 햇볕 잘 드는 땅에 곱게 심고 물을 주며 잘 자라라 축복하고.
한낮의 뜨거운 볕을 피해 집 안으로 들어오시면 허리 펴 준다고 잠시 누워 있다 이웃이 가져다준 레이스 실로 뜨개질을 한참 하신다 손놀림이 치매 예방에 좋다더라시며. 그리고 떠 놓으면 누구든 가져가겠지 하신다.
몇 주 전 증손녀와 함께 얼갈이, 열무 밭을 만들었는데, 싹이 제법 소복이 자랐다. 오면 보라고 부러진 감나무 가지 가져와 톱으로 잘라 세 명의 이름을 붓으로 쓰고 열무 밭에 꽂아 놓으라 신다. 그게 뭐 별거랄 것도 없지만, 애들이 좋아할 거라면서.
내가 묻는다.
'엄마~~ 행복해요?'
엄마가 대답하신다.
'그럼, 나처럼 복 받은 사람이 없지. 새벽에 눈 뜨면 하나님, 새 날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햇빛 받아 쑥쑥 자라는 식물들 보면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지고, 피고 지는 꽃들은 또 얼마나 예쁜지. 올해는 백년초가 샛노란 꽃을 많이 피웠는데, 올 가을엔 열매 따서 말려보려고. 올해는 감도 어지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채송화 좀 봐라~ 얼마나 예쁜가. 햇빛 따라 꽃이 열리고 오므라지는 게 하나님 바라기로는 어지간한 사람보다 낫지... 나는 지금 하나님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울 안이 하나님이 주신 나의 행복한 나라~'
그래서 엄마를 뵙고 오는 주말 하루가 내게는 의무가 아니고 엄마의 행복한 세상을 함께 누리고 행복을 받아와, 충전된 행복을 다시 나누는, 또 다른 나의 행복한 세상, 하나님 나라인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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