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아기 노랑 토끼풀로부터의 사유(思惟)

신실하심 2021. 6. 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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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번은 걷는 산책로라 이제는 어느 위치에 어떤 들꽃이 피어 있는지 대충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새로운 들꽃을 만날 때가 있다.

 

그건 갑자기 새로 피어 나타난 게 아니고, 내가 보지 못했을 뿐일 게다.

 

엊저녁 산책길에서 만난 아기 노랑 토끼풀이 그랬다. 꽃과 잎이 아주 작아서 다른 들풀 사이에 숨어 있던 녀석과 눈이 마주친 순간 얼마나 반가웠는지... 노랑 토끼풀은 생전 처음 보는 터라 신기하고 기특하다.

 

보통 들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건 흰색 토끼풀. 어릴 적 꽃 두 개를 따서 서로 엮어 팔찌와 반지를 만들어 놀았던 기억이 있어, 손녀들에게도 가끔 꽃반지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동네 산책길에는 키가 50cm 정도나 높이 서 있는 붉은 토끼풀이 많이 있어 조금씩 꺾어 집안 수병에 꽂아놓기도 하는데 굵은 줄기 덕에 깨끗한 수분만 충분히 공급해주면 집안에서도 1주일 이상 싱싱한 꽃을 볼 수 있다. 

 

아기 노랑 토끼풀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대략 흰색 토끼풀보다 꽃과 잎의 크기가 1/2 이하였는데 주변에 서 있는 키 큰 들풀 탓에 빛을  충분히 받을 수 없어 목을 길게 늘일 법도 한데, 그저 낮은 자세로 들풀 속에 숨어 있었다. 덕분에 샛노란 작은 둥근 꽃들이 새색시처럼 더 수줍어 보였다.

 

어쩌다 만난 흰색, 붉은색, 노란색 토끼풀들이 결국엔 같은 토끼풀 종족으로 자신들의 삶을 앉은자리에서 힘껏 살아내는 것처럼, 사람 사는 일도 없는 자와 있는 자, 많이 배운 자와 덜 배운 자, 높은 지위에 있는 자와 낮은 위치에 있는 자,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 등으로 구분하여 갈등과 싸움을 일으킬게 아니라, 그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구순하게 사는 것이 하나님이 바라시는 평화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까지 다다른다.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취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우심이니라'(마 5:45)

 

처음 만난 아기 노랑 토끼풀이 실마리가 되어 걷는 동안의 사유(思惟) 끝에 떠오른 성경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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