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은 엄마의 시간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생명줄로, 내일을 계획하고 오늘을 씩씩하게 살게 하는 원동력이라, 나는 텃밭에 관한 한 엄마의 의견에 무조건 예스다.
땅이 노는 것을 보지 못하는 엄마가 어느새 골파를 뽑아낸 밭의 흙을 호미로 정리하신다. 아까 사 온 열무와 얼갈이 씨를 뿌리신단다.
2번 손녀와 내가 호미를 들고 지원군으로 나섰다. 딱딱해진 땅을 호미로 헤쳐서 손으로 흙을 깨니 으악~ 통통한 지렁이들과 작은 벌레들이 자꾸 올라온다. 아마도 땅에 먹을 것이 꽤 있는 모양. 어린 손녀는 내 고함소리가 재밌는지 할머니 여기도 지렁이 있어요~한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흙을 부드럽게 하고 사방을 반듯하게 모양을 낸 후, 좁쌀만 한 얼갈이 씨와 열무 씨를 훌훌 뿌리고, 손으로 씨 위에 흙을 덮어주었다. 노 할머니께서 씨앗이 너무 깊게 들어가면 싹이 나지 않는다시니 흙으로 씨를 덮는 손녀의 손이 더 진지해진다. ㅎㅎㅎ 귀여운 녀석...
손녀가 씨앗 봉투 겉장에 그려진 큰 얼갈이와 열무 그림을 보며 묻는다. '할머니~ 씨앗이 너무 작은데 어떻게 이런 큰 열무가 나와요?' '그건 씨 속에 생명이 있는데, 사람이 땅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면 하나님께서 키우시는데 어떻게 자라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런데 자라는건 확실해. 사람도 엄마가 아기를 낳아 젖과 음식을 먹이지만, 어떻게 커지는지는 하나님만 아시는 것과 같지. 너도 애기 때가 있었는데, 벌써 이만큼 컸잖아~ 그러니까 하나님이 우리들의 아버지인 거야'
손녀는 알 것도 같고 그렇다고 확실히 이해되지는 않는 눈빛을 보였으나, 더는 묻지 않는다. 이때, 노 할머니가 '이건 현서가 다 만들었으니 현서 밭이다. 토요일마다 와서 열무 밭에 물을 주고 자라면 네가 다 먹어' 하시니, 대뜸 '네' 한다.
손녀가 열무의 자람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생각하는 믿음의 아이로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제발 싹이 잘 터주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기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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