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21 어린 농부(?)의 텃밭 체험

신실하심 2021. 5. 3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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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완전히 삭은 소똥을 넉넉히 부은 탓인지, 올해 엄마 텃밭의 채소들의 상태가 근래 몇 년 중 최고다. 게다가 5월 치고는 비가 많이 와, 채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자란다. 

 

노할머니댁을 방문한 2번과 3번 손녀들이 본인들도 텃밭 채소들을 채취하고 싶다 해 얼른 텃밭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 전에도 상추는 몇 번 따 봤기에 그리 색다른 경험은 아니나, 오이꽃에 붙어 자라고 있는 아주 작은 오이를 보고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보라색 가지 꽃이 예쁘다며 보고 또 본다. 울타리에 넝쿨을 감아가며 자란 완두콩 가지에 완두콩이 든 집을 보며 신기해하고. 

 

남편이 앵두나무에 달린 빨간 앵두를 따자고 하니 얼른 자리를 이동해 열심히 따다가 지루했는지, 텃밭 한 쪽에 있는 산딸기 밭에 가 산딸기 하나를 채취해 수돗가에 가 물로 씻어 얼른 먹어본다. 할머니~ 새콤달콤해요~ ㅎㅎㅎㅎㅎ 

 

입으로만 열심인 3번 손녀와 달리 2번 손녀는 너무 재밌다며 진심으로 텃밭을 마주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뒤뜰 서늘한 곳에 자생하는 취나물을 가위로 자르고, 마늘밭에 데리고 가 마늘대 가운데에서 마늘종을 뽑아내는 방법을 알려주니 어려운 작업임에도 제법 잘 꺼낸다. 어린 농부 같다.ㅎㅎㅎ

 

나와 남편, 그리고 두 손녀가 텃밭 여기저기 다니며 수확한 채소 전리품들이 현관 앞에 수북해졌다. 이제는 전리품들을 깨끗이 정리해서 나눔을 준비할 때다. 상추는 비슷한 크기의 잎을 20장씩 세어 봉지에 꼭꼭 눌러 담고, 쑥갓도 크기에 맞춰 정렬시킨 후 묶어 놓고, 아욱도 줄기에 맞춰 묶었다. 마늘종은 먹을 부분만 가위로 잘라 봉지에 담고, 산딸기와 앵두는 무르지 않게 봉지에 각각 넣었다.

 

어차피 일주일 후 엄마 집에 가면 또 다시 자라 있을 채소들이기에, 오늘 채취한 채소들은 이들을 귀히 여기는 이웃들과 조금씩 나눠먹게 될 것이다. 물론 오늘 많이 수고한 어린 농부(?)의 집에 가장 많이 전달될 터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 텃밭놀이 재밌었던 사람 손들어 하니, 두 손녀 모두 손을 번쩍 든다.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땅이 주는 고마움과 경이로움을 손녀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속에 담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