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의 뜰 안에 노랑, 빨강, 연두, 분홍, 희고도 푸른 오색 빛깔 생명들이 한창이다.
곱디고운 명자나무꽃은 절정의 분홍빛을 뿜고, 빨강노랑 튤립은 머리를 맞대고 사이좋게 이웃하며 정다움을 뽐낸다. 이에 질세라 노란 수선화가 뜰 안 여기저기에 서서 보아줄 이를 찾고 있는데...
날마다 예쁘다며 보아줄 이가 계시지 않아도, 언제든 오시면 웃어주려 힘껏 미소를 짓고 있는 저들을 보려니, 텃밭 주인이 어서 기력을 차리시길 저절로 기도하게 된다.




장독대 간장이 없어질까 염려하시는 주인집에 객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울 소리로 집을 지켜주려는지, 작고 하얀 방울이 줄줄이 달린 둥글레꽃도 포기를 늘려 뜰 안에 가득하고, 주인의 최애 감나무에는 연하고 야리한 연둣빛 새순이 가지마다 올라오고 있어 그간 황량했던 텃밭에 봄빛을 뿜으며 주인의 기대에 부응해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잎을 내고 있다.


텃밭 가장자리에도 봄이 왔다.
다섯잎 노란 산딸기꽃이 무리 지어 피기 시작하고, 어디선가 날아와 자란 유채에도 자금자금 노란 꽃이 다닥다닥.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쓸모없다 버릴 마음이 미안할 정도로 못생긴 곳이 하나도 없어 뿌리 째 뽑으려는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그렇게 치면 보랏빛 광대풀도 마찬가지. '봄맞이'라는 예쁜 꽃말을 가진 이 잡초꽃. 뽑으려니 너무 사랑스러워 벽에 기대 자라는 녀석들은 놔두고, 다른 채소 영역을 침범한 것들만 모두 제거했다.



잔디에 올라 온 하얀 민들레들과 제비꽃. 다른 곳에 피었으면 그대로 두었을지 모르나 잔디에 올라앉아 뽑히는 신세가 되어 안타깝다. 그래서 사진으로 남겨 부재중인 텃밭 주인께 보여드릴 참이다.


17,8년간 텃밭의 온갖 채소와 꽃들을 만지고 보살피던 주인이 기력이 쇠해 돌보지 못해도, 여전히 피고지는 뜰 안의 온갖 꽃들.
이제는 그들이 어쩌다 한 번 들르시는 주인을 위로하려 힘껏 자라고 있는듯 해, 애통한 마음으로 노모의 마지막을 돌보는 이에게도 뜰 안의 꽃들은 위로와 기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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