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주인이 노환으로 길게 부재중인 틈을 타 온갖 잡초들이 잔디밭을 점령하고 있다.
엄마가 계셨을 땐 매일 텃밭에 나가 잡초가 앉을 새도 없이 뽑아서 노모의 텃밭은 정원같이 예뻤는데, 매주 한 번씩 들르는 텃밭 집사의 여력으로는 집요하게 자리 잡아가는 잡초들의 기세를 가라앉힐 재주가 없다.
2008년, 엄마 연세 77세에 이사하신 후, 이 곳은 엄마의 놀이터이자 사랑밭이어서 작은 텃밭에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는데, 95세이신 지금의 엄마는 기력이 쇠하셔서 잡초가 엄마 눈앞에서 쑥쑥 자라고 있어도 맘만 부산할 뿐 예전 같은 노동은 꿈도 꾸지 못하신다.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 들르실 때 우거진 잡초를 보시고 맘 상해 하실까 하여, 나는 호미로, 남편은 잔디깎는 기계로, 열심히 잡초와 힘겨루기를 하는 중인데, 생각보다 잡초들의 침공에는 거침이 없다.


질경이 같이 눈에 확연히 보이는 잡초는 그래도 수월하게 뽑는데, 어느 잡초들은 마치 잔디와 모양이 비슷해서 언뜻 보면 잡초 같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일쑤라 잡초 제거 완료다 싶어 일어나다 눈에 딱 들어오는 불청객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와 허리 펼 틈 없이 몰두하다 보면 1, 2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주인의 부재와 매일의 수고가 사라진 곳에 영락없이 침입하는 잡초 불청객들.
뽑아도 뽑아도 다시 들어 앉아 신경을 거스르는데, 이런 모습이 어쩌면 예수를 주인 삼아 말씀으로 마음밭을 꾸준히 기경하지 않는 자들의 심령에 소리 없이 점령하는 세상소리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치면서, 다시 한번 내 마음밭 정리를 위해 말씀의 끈을 좀 더 세게 붙잡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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