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달래·유채·돌미나리·머위...땅이 품은 보화들

신실하심 2026. 4. 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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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는 매해 씨앗을 심지 않아도 저절로 나고 자라는 식물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 으뜸이라면 달래. 냉이 나올 때쯤 삐죽삐죽 올라와 냉이가 꽃 필 때쯤이면 달래 잎은 질겨져 먹기 어렵고 대신 머리에 동글동글 새끼를 치게 되는데 워낙 번식력이 좋아서 캐고 또 캐도 다음 해엔 이보다 더 많이 올라온다. 뿌리 하나하나 다듬어서 깨끗이 씻은 후 간장. 식초. 소주. 매실청(또는 설탕)을 같은 분량으로 넣고 끓여 식힌 후(식초는 끓인 후 섞는다) 물기를 제거한 달래에 부으면 달래장아찌가 되는데 살짝 아리하고 매콤한 맛이 구운 고기 한 점에 조금씩 얹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이번에는 유채꽃. 사방에서 날아와 어린 아이 키만큼 자란 유채꽃 몇 뿌리를 뽑아 버리려다가 연한 곳만 거듬거듬 정리해 깨끗이 씻어 소금에 절여 김치를 담갔다. 유채꽃은 먹을 수도 있어서 찹쌀풀을 쑤어 김치 양념을 만들어 빡빡하게 버무려 놓으니, 묵은 김치와 달리 새특하고 알싸한 맛이 있어 봄에 어쩌다 먹는 새 김치로 딱이다.

 

또 다른 녀석들 둘.

감나무 밑에 뿌린 퇴비 덕에 연두빛 돌미나리도 봄빛을 맞으러 쏙쏙 올라왔다. 가위로 톡톡 끊어 깨끗이 씻어 싱싱한 샐러드로 먹으면 식감과 향이 봄을 담고 있어 일품이고, 장독대 옆의 연한 머위잎을 잘라 데쳐서 쌈장 올려 쌈싸 먹으면 봄향기가 입안에 가득해진다.

 

텃밭 주인이 계시지 않는 4월 텃밭이지만, 그동안 주인께 배운 대로 야생채소들을 때에 맞춰 먹으며 계절을 음미하는 잠깐의 여유를 즐기다, 생명을 품고 아낌없이 세상에 내주는 땅의 자애로움에 취해, 새삼 창조 세계의 경이로움이 내 안에 더욱 확장되는 경험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