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부터 지금까지 성의껏 보살폈던 엄마의 최애 감나무에서 감을 따는 날.
남편과 동생이 나무 하나씩 맡아 따기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감 숫자가 많다. 큰 그릇 여러 개에 가득 담았어도 나무에 감이 그득하다. 남편은 사다리까지 동원해 이리저리 옮겨가며 따고 또 따고.



날이 좋아 손주들도 마당에 나와 감 심부름을 하고, 어린 손자는 사다리에 직접 올라가 감 따는 시늉을 하더니, 금세 싫증이 났는지 계단에 앉아 간식 박스를 비우며 책을 읽고 있다.




대부분의 감이 네모반듯하니 잘 생겼는데 개중에는 샴쌍둥이 감이나 토끼 귀처럼 귀가 달린 감도 있어 꼬맹이들이 신기해했다.


얼마 전까지 텃밭의 일들을 모두 참견하시던 엄마였는데, 이 날은 어쩐지 밖의 일을 상관않고 소파에 누워만 계셔서, 딴 감들을 모두 거실로 들여와 정리를 부탁드렸다.
엄마가 그 많은 감을 보더니 벌떡 일어나 자신의 방법대로 정리를 시작하셨다. 역시 정리의 신이시다...


100개씩, 50개씩 일렬로 늘어놓고 자식들 것은 100개씩 큰 봉지에 담고, 우린 배달만 하면 되도록 여기저기 나눠줄 사람들 것까지 배분해 놓으셨다. 이 와중에 애들은 정리된 배 사이를 오가며 놀고.


사위와 아들이 감나무 아래 떨어진 잎들을 모두 쓸어 정리하는 동안, 거실에서는 엄마의 감 정리가 끝났다.


감을 수확해 온 10여 년 동안 450개 정도 딴 것이 최고였는데, 올해의 감 수확은 1,300개 정도로 그야말로 단감 대박이다.
엄마 본인은 잡숫지 않으시면서도 풍성한 감 덕에 기분이 고조되셨는지 다시 생기가 올라, 잡숫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신가 보다.
올봄부터 엄마가 편찮으셔서 당신의 텃밭을 돌보지 못하심에 애달파하실까 봐 남편과 내가 서투르지만 매주 텃밭을 만져왔는데, 만선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풍성한 감 수확물이 우리의 노력에 대한 보상인 것도 같아 덩달아 넉넉한 기분이 들었다.
나눠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시는 엄마의 주름진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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