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텃밭제 무청 김치

신실하심 2025. 10. 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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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경에는 심어야 하는데 1주일 늦게 심어 무가 많이 자라지 않았다~'시는 엄마

'아직 무 뽑으려면 한 달은 더 있어야 하니, 자랄 거예요. 대신 무청 솎아서 맛있게 먹으면 되죠~'

'하긴 요새는 김치를 많이 먹지 않으니 동치미 무 정도만 자라면 조금씩 나눠 먹으면 충분하지...'

 

이렇게 엄마와 마주 앉았을 때는 대부분 텃밭 채소들로 대화가 이어진다.

 

엊그제 주말, 남편과 동생은 감을 따고 나는 무청을 솎았다.

 

오래 전, 오일장에서 넌출넌출한 무청을 사서 거친 양념으로 김치를 담가 항아리에서 숙청시킨 후 진짓상에 올렸던 무청 김치의 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 엄마를 위해 솎은 무청으로 무청 김치를 담갔다. 

 

텃밭제 빨간 고추 말린 것을 멸치액젓에 담가 놓고, 무청을 씻고 절이는 동안 풀을 쒀 식힌 후, 믹서기에 액젓에 불은 고추와 양파 1개, 파란 고추 한 줌, 사과 1개, 새우젓 3 숟갈을 함께 갈아 풀과 섞고, 매실청, 마늘, 생강 등을 넣어 양념을 만든 후, 물에 헹궈 물기를 뺀 무청을 양념에 비벼 용기에 가지런히 담았다.

 

올해는 비싸도 맛있다는 품종을 사서 뿌린 때문인지, 절여진 무청이 질기지 않고 맛도 좋아 익히지 않고 바로 먹어도 되겠다.

 

다음 날 아침 진짓상에 무청 김치를 올려 맛을 봐달랬더니, '김치 참 잘 담갔다~, 하긴 40년 넘게 김치를 담가왔으니 잘 할 때도 됐지~'하신다.

 

'이게 다 엄마 덕분이에요. 텃밭에 무씨 뿌리면 적어도 3-4번은 속아서 김치 담기를 벌써 17년 째이니 이 정도도 못하면 안 되죠...ㅎㅎㅎ' 했더니 크게 웃으시는 엄마. 

 

삼시 세끼 차려야 하는 엄마의 진짓상에 당분간은 무청 김치가 한 몫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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