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다시 병원에 가신 동안, 8월 말에 뿌린 무씨에서 파란 싹이 올라와 이제는 솎아줘야 할 때가 되었다.
자기들끼리 비비적거리며 자리 다툼 하다 모두 자라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말라고 솎는 작업을 하는데, 예전 같으면 엄마가 하실 일을 기억나는 대로 내가 솎았으니, 잘하고 있는지는 다음 주에 와 보면 알 일.
이런 솎는 일은 무싹이 멋진 김장무로 자라기까지 앞으로도 몇 번은 더 해야 할 일이다.
엄마가 뿌린 무씨의 첫번 째 소산인지라, 뽑은 것들은 뿌리까지 씻어, 거칠게 간 빨간 고추로 적당히 버무린 국물김치를 담가 엄마가 돌아오시면 드리려고 고이 모셔놓았다.




다음은 씨앗이 날아와 여기저기 퍼져 자라는 부추들을 이식(移植)하는 작업.
이랑 사이 걸어다니는 통로 쪽에 산발적으로 자리를 틀어 자라고 있는 부추들이 많은데, 지나다니다가 밟거나 또 잡초처럼 뽑아 버려도 그만이지만, 17년 간 엄마의 텃밭 정성을 보아 온 탓인지 그럴 맘이 생기질 않는다.
한 뿌리씩 조심스레 캐서 모아 놓으니 크게 한 줌은 되겠다.
부추밭에 가져가 사이사이 땅을 파서 몇 뿌리씩 심었다. 처음 해 보는 이식(移植)이라 잘 살지 의아하나 워낙 생명줄이 긴 녀석들이니 어떻게든 살아낼 것이다. 이것들도 다음 주에 가 보면 알게 될 것.



사실, 무수한 생명들을 품은 흙 속에서 날마다 생명이 일어나는 작은 텃밭은 자세히 보아야 말소리가 없는 그들의 말을 알아챌 수 있다.
그래서, 땅을 사랑하고 그 땅과 함께 자라는 생명들을 귀히 여기는 자들만이 밀집되어 고통스러워하는 식물들을 '솎기'라는 작업을 통해 구제하고, 볼 품 없는 것들이라도 그 생명을 존중해 함께 잘 자라도록 기꺼이 '이식(移植)'의 과정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어쩌다 평안한 듯한 일상의 삶에서 뽑히거나, 또 원치 않는 이식(移植)의 상황이 닥치기도 하지만, 더 잘 자라기를 바라는 텃밭 주인의 마음처럼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로 은혜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간이기에 버티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 새 자리를 잡고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솎기에서 남은 무와 이식(移植)한 부추가 얼마나 늠름하게 성장했을까를 기대하며 텃밭을 방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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