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

모처럼, 나들이

신실하심 2025. 8. 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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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쇠약해졌어도 마음은 여전히 청춘인 94세 엄마에게 날도 좋으니 잠깐 나갔다오자고 제안했더니 싫다 하지 않으셔서 오랜만에 엄마와 나들이를 나왔다.  

 

대전 우리 동네에서 3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옥천.

마침, 엄마가 옥천은 한번도 가보지 못하셨단다.

 

지팡이와 밀차를 대동하고 나선 나들이길.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우선 옥천맛집을 찾아 도토리칼국수와 수제비, 묵밥, 파전을 시켜 맛있게 먹고, 근처 카페를 들러 팥빙수 디저트로 입 안을 시원하게 한 후, 육영수여사 생가로 향했다.

 

날은 뜨거워도 파란 하늘이 무척 명랑한 날.

 

대지 2,777평에 자리잡은 1600년대에 지은 건축물인데 대대로 정승들이 살았다가 1920년에 광산업을 하셨던 육여사 부친께서 사서 들어와 육여사가 태어난 곳이란다.

 

2010년에 옥천군에서 다시 복원시켰다는데 안내원도 있고 사랑채, 안채, 윗채 등이 무척 정갈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연자방아, 우물들, 대나무숲과 잘 생긴 반송, 장독대 등은 그 당시 모습 그대로라고 했다.

 

여행이 즐거운 엄마는 밀대를 밀어가며 발걸음을 떼면서도 힘든 내색없이 잘도 다니셨다. 간간히 안내원에게 질문도 하시면서.

 

육여사와 같은 시대를 살아오신 어른이라 그런지 감회가 남다른 듯 사랑채, 안채, 뒷채, 윗채를 꼼꼼히 살피시며 한참을 보고 또 보시며 생각에 잠기신 듯하다.

 

그리고, 옥천이 고향인 시인 정지용의 생가도 방문했는데, 구순 노인이 얼마나 유식한지 정지용의 '향수'까지 알고 계시니 지적인 면에서 젊은 우리가 더 각성해야 될 듯싶었다.

 

육여사 생가에 비해 비루해 보이는 정시인의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현재 내가 가진 게 너무 많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 세칸 짜리 초가집에서 그리 아름다운 창작품을 남긴 시인이 얼마나 위대해 보이는지... 

 

더워서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어도 굽은 허리로 요모조모 살피고 관찰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여전히 오늘을 잘 살고 계시다는 생각에 감사함이 피어오른다.

 

오랜만에 나온 바깥나들이가 엄마의 여행 본능을 살살 깨웠는지, 툇마루에 앉아서 이것저것 살피시던 엄마가 별안간 하시는 말씀.

'너희들 덕분에 내가 미국 50개 주를 모두 밟아봤는데, 이제는 대한민국 팔도강산을 또 훑게 생겼다~ㅎ'

'좋지요!!!, 엄마~ 지금 정도 건강을 유지하셔서 앞으로 팔도강산 죄다 돌아다녀 봅시다~'

 

엄마 컨디션이 지금만 같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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