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우리 집에 오신 지 2주가 지나간다.
이제는 기력이 많이 쇠약해지셔서 걷거나 식사 준비 등을 스스로 해결하실 수 없으니 혼자 사시는 건 무리라 모시고 왔는데 날마다 기록하고 계신 일기장을 훔쳐보니 아직은 좀 본인 집 같지 않으신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도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주도적인 삶을 살아오셨던 어른이라, 더 그러실 것 같아, 당신 집에서처럼 이 일 저 일을 하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려고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


엄마 자리에 늘 책이나 잡지를 갖다 드려 관심 있는 분야를 읽으시도록 하고, 증손주들과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도 하시며, 꼬맹이 증손자의 수학 공부도 관찰하신다.



얼마 전에는 일부러 재봉틀 좀 봐달라고 요청도 드렸다.
또, 내가 재봉을 할 때 엄마에게 보빙에 실 감기, 성경 커버에 붙일 헝겊에 단추 달기 또는 헌 옷에 붙어 있는 단추 발라내기 등을 부탁하면 싫다 하지 않으시고 모두 도와주신다.


이불의 겉 헝겊이 튿어진 곳을 꿰매주시기도 하고, 이제는 말린 빨래 개기는 엄마 담당이 되고 말았다.



이틀에 한 번씩은 남편이 간호사가 되어 엄마의 혈압을 측정하는데, 남편이 엄마에게 '최간호사가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 팔을 내밀어주세요~'하면 엄마는 '최간호사님~ 혈압 잘 재주세요~'하며 한바탕 웃으신다.
세상에 이런 사위와 장모가 또 있을까 싶다. 이 참에 남편 칭찬 한 번... 고마운 남편!
함께 산다는 게 뭐 별건가?
인생이란 게 성경 말씀처럼 태어나서, 살다, 죽는 것인데(창5장), 사는 동안 같이 먹고 구순하게 지내며 허허실실 웃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평범한 일상을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내는 것이면 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껏 나를 돌봐주셨던 엄마에게 그것을 도로 갚을 수 있는 기회 주심에 감사하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체력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섬기다 보면 그 마음이 엄마께도 닿아 불편한 생각 없이 지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오늘도 나는 하나님께 그런 은혜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