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침 기온이 23℃. 앞 뒤 창문 다 열어놓으니 시원한 바람에 실내가 청량하다.
베란다 너머 푸른 하늘에 넘실거리는 나뭇잎들을 보니, 불현듯 엄마 모시고 마실 나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걷지 못한다면서도 나가는 게 싫지 않으신 엄마.
동네 한 바퀴 돌듯, 차로 대청댐 둘레길을 달렸다.
엄마에겐 어디를 가도 다 처음인 곳이라, 아기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듯 열심히 바깥 구경을 하신다.
무궁화가 많이 피었네... 이 동네에서 복숭아가 많이 나는 모양이다... 도로가 무척 깨끗하다... 대청댐이 충북과 충남을 아우르는구나... 저 반송 봐라... 등등
난 열심히 엄마의 표정을 관찰하며 관심사에 말을 맞춰주고, 남편은 차가 잘 미끄러지도록 조심스레 운전한다.
어느 덧 도착한 대청댐 전망대.
평일 오전이라 차도 몇 대 없다.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신 엄마가 또 질문을 쏟아내신다.
'나무 굵기를 보니 이곳 조성한 지 적어도 3~40년은 됐겠다. 대청댐이 언제 완공됐니?'
이럴 땐 얼른 검색해 보는 게 최고...
'1968년도에 사업이 시작되서 1981년에 완공됐네요~~~'
'그렇지? 나무도 좋고 경관도 좋네...'
'와~~~ 저 소나무 좀 봐라 참 잘 생겼다... 소나무 키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이건 칡꽃이다~~~ 진보라와 진분홍 꽃잎이 예쁘게 어우러진...'
엄마의 지적 호기심 덕에 이 근처에 산 지 30여 년 만에 대청댐 준공의 역사를 알게 되었으니, 몸은 점점 쇠해지셔도, 바람과 나무, 하늘과 구름, 꽃과 나비를 더 세심히 보시고, 동네의 역사까지 알고 싶어 하시는 노모의 혜안은 내가 좇아가기에 여전히 힘이 달린다.
오후 일보는데 지장 있겠다며 빨리 집에 가자시는 엄마의 재촉에 동네 마실이 짧게 끝났지만, 엄마의 눈이 계속 밖의 풍경에 머물러 있는 걸 보고 시간 날 때마다 여기저기 모시고 다니자고 남편과 낮은 소리로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