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일상의 풍경들.
허리가 굽고 체중이 줄어 근력이 감소해 걷는 게 힘드신 엄마지만, 평생 읽고 쓰며 살아오신 터라 노구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매일 읽고 쓰는 시간들을 갖고 계시는데, 증손주 둘 역시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다. 손녀는 원래 책벌레인데 더 책벌레가 되어가고, 남편도 독서 대열에 탑승해 시간나는대로 책놀이를 하고 있고 심지어, 5살 손자까지 얼마 전 자신이 원하는 생애 첫 대관 만화책을 밤낮으로 열독 중이라 어느 순간, 집안 분위기가 고요한 책방으로 변해 가는 중.





또한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초등 1년 손녀의 그림들을 보신 노모가 그림에 관심을 보이셨다. 몇 년 전, 88세 미수 기념하여 노모가 그린 수채화 그림으로 달력을 만들었던 터라, 무료한 시간을 그림 놀이라도 하시라고 얼른 작은 상을 가져와 물감, 팔레트, 붓, 도화지 등등을 구비해 드렸더니 며칠 새 스케치도 하시고 색도 조금 입혀 놓으셨다. 우리 집 베란다 너머 풍경이라는데 어떤 그림이 탄생할 지 자못 궁금하다.
그런 탓인지, 엊그제 아침 어린이집 가기 전, 5살 꼬맹이가 아기상어그림책에 물감을 칠하고 싶다며 진지하게 색을 칠했다. 이런 게 서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선한 영향력'인가?
덕분에, 우리 집에는 큰 어른 1분과 꼬맹이 2명의 그림 자리가 3군데나 된다.
이러다, 4대 그림 전시라도 해볼까?




저녁 식사 후, 학교에서 주산을 배우고 있다는 손녀에게 내가 6학년 때 사용했던(50년도 더 된) 주판을 꺼내 주었더니, 증조할머니와 증손녀가 동시에 관심을 보였다, 한참 주판을 두드리며 재밌게 놀던 증손녀 덕에 증조할머니도 잠시 주판놓던 어린 시절로 다녀오신 듯했다.

이렇게, 증조모와 증손주들이 90년 세월을 넘어 부비며 살면서 때로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여간 보기 좋은 게 아니다.
나는 그런 행복한 시간들이 더욱 왕성하라고 슬그머니 판을 깔아주는 중이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