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여름 밥상

신실하심 2025. 8. 18.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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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흠뻑 쏟아가며 텃밭을 정리한 후, 먹을 만큼 자란 채소들을 걷어와 즉석에서 찬을 만들어 싱싱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텃밭의 매력.

 

텃밭제 채소맛에 길들여진 나의 식탁에는 마트제 채소가 사라진 지 꽤 오래되어, 여름에는 텃밭에서 나는 생채소, 겨울에는 말리거나 발효된 텃밭 채소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하나님이 만드신 땅과 허락하시는 햇빛과 물을 먹고 정직하게 자라는 텃밭 채소들은 관리자의 부지런함과 비례해 획득할 수 있는데,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제멋대로 자란 못생긴 채소들을 완제품이 아닌 이상 반기는 사람들이 점차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다행히, 통통하고 잘 생긴 것도 좋지만, 거칠고 못생긴 것들에 애정을 갖고 있는 나는 텃밭에서 채취한 평범한 채소들을 다듬어 씻어 먹을 음식으로 조리해 가족들 또는 이웃들과 맛있게 나눠 먹는 과정을 즐기고  있어, 오늘도 몇 가지 반찬으로 여름 밥상을 준비해 보았다.   

 

엄마 집 이웃에 사시는 권사님 텃밭에서 자란 늙은 오이 하나.

 

껍질 벗겨 반을 가른 후 씨를 빼고 얇게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인 후, 물기를 꼭 짜서 고추장, 간 마늘, 부추(파 대신), 식초, 설탕 약간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더 빨개도 좋겠지만 그냥도 먹고 냉면 웃끼로도 사용하려고 고추장은 조금만 사용했다.

 

이번에는 물 넣지 않은 낙지파전.

 

지난 6월, 골파 씨를 캘 때 미처 보지 못해 토마토와 가지 사이의 텃밭에 남아 있던 골파씨가 비를 맞더니 다시 싹이 나와 2주 만에 먹을만큼 자랐기에 모두 뽑았더니 한 소쿠리. 다듬는데 시간은 걸렸지만, 먹기엔 연해서 아주 좋다.

 

다듬은 골파 한 주먹을 깨끗이 씻어 적당히 자른 후 깻잎 몇 장과 풋고추 2개를 썰고 냉동실에 손질해 놓았던 낙지 2마리를 잘라 함께 섞은 후 계란 1개 넣어 채소들끼리 붙게 하고 밀가루 3숟가락을 넣고 다시 곱게 섞어 주면 반죽은 끝.

 

낙지나 오징어, 새우 등을 섞으면 좋으나, 없어도 무방한데 이 때는 소금으로 간을 살짝 하는 것이 맛나고, 밀가루 대신 부침가루나 튀김가루를 섞을 경우는 가루에 간이 어느 정도 되어 있어서 소금을 넣지 않는다.

 

반죽이 완성되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손으로 반죽을 떠서 모양을 만들어 구우면 된다.     

 

세번 째는 고구마순 나물.

 

올해 첫 수확한 한 줌의 고구마순 껍질을 까서 끓는 물에 삶은 후, 건져서 찬 물에 식히고, 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냄비에 넣는다.

 

간 마늘, 파, 건조갯살 조금 넣고 물을 자박하게 붓고 집간장으로 순하게 간을 한 후, 식용유 조금 넣어 냄비 뚜껑을 다고 중간 불에서 물기가 바닥에 조금 남을 때까지 졸이면 이 없는 이들도 먹을 수 있는 훌륭한 반찬이 되는데, 마지막으로 볶은 깨와 참기름 또는 들기름으로 맛을 입힌 후 그릇에 담는다.

 

고구마순 나물에 들깨가루를 넣어 조리하기도 하지만, 건조갯살 맛을 더 느끼려고 들깨가루는 넣지 않았다. 

 

마침 날도 더워 오이무침을 얹은 냉면과 낙지파전을 주 메뉴로 하고, 고구마순 나물은 그냥 곁다리 찬으로 한 여름 밥상을 차려 맛있게 먹었다.

 

텃밭 채소로 즐긴 제대로 된 한 끼 밥상이었다. 물론, 내 만족이지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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