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노모의 텃밭 나들이

신실하심 2025. 8. 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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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12일 서울의 병원으로 급히 입원하신 후 3개월 만에 엄마가 자신의 집을 방문하셨다.
 
거의 두 달 이상 입원하시며 이런저런 처치를 하신 탓에 근육량이 많이 소실되고, 식사량마저 줄어서 전에 하셨던 텃밭 일 정도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우리가 엄마 대신 텃밭 일을 봐야 하는 터라 가시겠냐고 여쭈었더니, 대뜸 실파 사서 심어야 올 김장을 할 수 있단다. 헐
 
차에서 내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우리가 매주 애쓰기는 했지만 주인의 눈에는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어수선해진 텃밭을 보시고, 바로 가위 달래서 구획을 넘어간 삐죽삐죽 잔디부터 자르신다. 지글지글 작열하는 햇빛 아래에서 쪼그리고 앉아 흙놀이하는 건 엄마에게 무리이다 싶은데, 울 엄마의 순간 손놀림은 청년 그 자체다. 할 수 없이 나와 남편이 같이 대들어 잔디를 정리하니 예전같지는 않아도 어지간히 함음해졌다.
 
다음은 대파 심기. 남편이 엄마에게, '어떻게 하라고 말씀하시면 그대로 할께요~' 했더니, 심을 곳을 지정해 주시며 먼저 비료 갖다 뿌린 후 삽으로 흙을 퍼서 골고루 섞은 후 가운데 고랑을 파라신다.

사실, 이것은 전부 텃밭 집사인 남편의 몫.

엄마는 덩어리 흙을 부수시고, 바깥 일이 궁금한 5살 증손자도 호미 한 자루 쥐고 어른들 흉내 내며 고사리손을 보탰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쯤 나와, 실파를 고랑에 뉘고 흙을 덮고 물을 흠뻑 주고 나서야 대파심기가 끝이 났는데,
꼬맹이 손자 왈, '내가 많이 도와줘서 편했어요?'
'그럼, 엄청 편했지~~~ 다음에도 또 도와줘~~~'
손자의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입가에 웃음이 지나간다.
 
그 옆에 계셨던 엄마께 증손자의 말을 전했더니, 한참을 웃으시며 꼬맹이에게 '다음 주에는 골파를 심어야 하니 그때도 많이 도와줘~~~' 하시고는, 소파에 누우시며, '내가 오늘 여기 눌러 앉으려고 했는데, 기운 없어서 너랑 대전 내려가야겠다.' 하신다. 
 
'그러세요... 이제는 주 중에는 우리 집에서 지내시고, 주말에 한 번씩 여기 와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가요... 엄마가 오시니까 뭔가 일이 되는 것 같네...'
 
기력도 입맛도 많이 쇠해지신 엄마지만 이런 방식으로 일상을 살아가시면 잠시 의욕도 생기고, 여전히 자신의 일이 있다고 여기실테니, 이렇게 돕는 게 우리가 엄마께 해드릴 최선의 섬김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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