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정갈 끝판왕

신실하심 2025. 7. 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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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병원 생활로 기력이 쇠해지심에도 엄마 머리에 가득한 텃밭의 스케줄에 맞춰 우리가 매주 텃밭 정리를 해왔는데,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하신 상태에서 우리 집으로 오신 엄마가 엄마 집에 널어놓은 6월에 캔 골파씨를 다듬어야 되니 가져오라셨다.

 

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캔 골파씨를 엄마 집 베란다에 엎어놓기만 했는데, 엄마는 우리 집으로 공수된 골파씨를 일일이 가위로 자르고 칼로 깎아서  가을에 심을 수 있도록 곱게 준비하셨다.

 

바깥출입은 어려워도 앉아서 손으로 하는 일은 겁을 내지 않는 엄마.

늘 그러셨듯 끝장을 보셔야 직성이 풀리시는 이 어른이 손톱만 한 씨앗을 다듬는데만 거의 3시간 여.

 

저러다 기력이 더 고갈될까 남편이 계속 말리는데도 들은 척도 하지 않으시는데, 그런 엄마가 꼬박 앉아 손을 놀리시는 모습이 경건하기까지 하다.  

 

그뿐 아니라, 퇴약볕 아래에서 겨우 잘라 온 엉망진창 조선 부추도 엄마 손을 거쳐 정갈하게 정리되어 나왔다.

시장가로 치면  10,000원도 되지 않을 부추다.  

 

연세가 드셔서 기력이 쇠약해지셔도 역시, 울 엄마는 '정갈 끝판왕'이다! 만세! 

 

자식으로서 마지막 소원은, 평생을 부지런히 몸과 손을 쓰며 살아오신 엄마의 끝인생이 당신이 다듬어 놓은 정갈한 골파씨와 부추처럼 평화롭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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