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감나무 그늘막

신실하심 2025. 9. 1. 15:25
728x90

엄마가 성환으로 이사오시고 나서 바로, 감나무 모종을 텃밭 경계에 심었는데, 어느새 큰 나무로 자라 뜨거운 햇빛을 기막히게 가려주는 든든한 너울 나무가 되었다.

 

올해는 감도 많이 열려 몇몇 가지는 아래로 축 쳐져 가지가 꺾일까 봐 받침대 2개로 겨우 받쳐 놓은 상태.

 

이 감나무는 엄마의 최애 과실나무라 주인의 장기 병원 생활 중에도 남편이 지극정성 약과 영양제를 주어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감이 열렸는데, 

 

이런 감나무의 또 다른 매력은 텃밭 일꾼들에게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막이 된다는 것.

 

지난 주말도 잔뜩 솎은 고구마줄기를 감나무 아래로 옮겨놓고 남편과 함께 줄기 따기 작업을 시작했다. 

 

이걸 다 언제 정리할지 까마득해서 계단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 5살 손자까지 불러 도와달라고 하니 순순히 내려왔는데, 문제는 굵은 원줄기에서 작은 줄기를 떼어내고는 차곡차곡 쌓아놓질 않고 여기저기 던져놓는다. 에구 정리하는 게 더 힘드네...

그러면서 하는 말 '나는 20개만 딸거에요~' 헐.

 

그러고는 음료수 마시고, 고구마줄기를 흔들며 혼자 놀이에 신이 났다. 그늘막 아래로 솔솔바람이 불어 덥지도 않으니 아주 즐겁게...ㅎ 

 

그러다, 구순 노모와 초등 1년 손녀가 합류해 작업을 같이 하는데, 작년에 해 봤던게 생각이 나는지 손녀는 제법 잘 떼어내 고구마줄기 더미에 예쁘게 얹어 놓는다. 역시 경험이 최고. 

 

손녀는 요즘 친구들 사이에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를 흥얼거리며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는데, 구순 노모는 얼른 김장 무씨를 심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손이 점점 더 빨라지고, 꼬맹이 손자는 바람 솔솔 맞으며 여전히 즐겁게 놀고...  

 

그래도 여차여차 남편과 내가 속도를 더 내 고구마줄기 분리 작업을 무사히 마쳤는데, 대낮 기온이 35-6℃인 날, 감나무 그늘이 퇴약볕의 열기를 완벽하게 막아 준 덕분이다.

 

하지만, 그 날 김장 무씨는 결국 뿌리지 못했다.

'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텃밭 지기로 사는 즐거움  (0) 2025.09.11
무씨 심었다... 만세!  (3) 2025.09.01
일꾼 3인방  (7) 2025.08.18
여름 밥상  (9) 2025.08.18
주인이 나타났다!  (9)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