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일꾼 3인방

신실하심 2025. 8. 1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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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대에 빨간 고추가 탐스럽게 매달려있는 뜨거운 8월.

 

엄마집 텃밭에 일꾼 3인방이 들어섰다. 94세 노모는 대장, 70세 남편은 관리 집사 그리고 5세 손자는 보조 일꾼. 나는 텃밭과 주방을 왔다 갔다 하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깍두기라 일꾼에서 제외.

 

병원 생활하시다 우리 집에서 사신 지 3주 정도 되신 걷기도 힘들어하는 대장 일꾼이 당신의 텃밭을 보자 갑자기 청년으로 변신해 가위부터 들고 그 참 텃밭으로 들어가셨다. 여기저기 수북한 풀을 뽑고, 올 김장 때 사용할 대파를 심는 게 이 날의 목표.  

 

할아버지 하는 일을 꼼꼼하게 살핀 손자가 호미와 삽을 들고 텃밭을 돌아다니며  잡초 뽑는 시늉도 하고 공연히 삽으로 땅을 파기도 하는데, 사실 손자 일꾼은 일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진 않으나 인형 같은 얼굴로 노할머니 곁에만 있어도 주변 일꾼들의 능률을 증가시키는 무한 매직 일꾼이다.  

 

대파 심을 땅에 비료를 뿌리고 흙과 섞고 딱딱한 흙을 깨는 작업을 남편 일꾼이 해 놓으면, 대장 일꾼과 손자 일꾼이 호미로 대파 심을 이랑을 파고 김장철까지 대파로 자랄 실파를 균일하게 펴서 누인 후 흙을 덮고 끝이 났는데, 재미있는 건, 5살 손자가 이 모든 과정에 모두 참여했다는 것.

 

도합 나이 170년 정도 되는 일꾼 3인방의 업적(?)이다. 

 

증조할머니가 이런 증손자가 기특해서 '노아가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다음 주에도 또 도와줘~' 했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무척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손자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내가 도와줘서 편했어요?' 하기에  '어~~~엄청~~ 편했지! 담주에도 도와줄 거지?' 했더니 알겠단다. 귀여운 녀석... 

 

그런데, 그 다음 주 쪽파를 심는 날.

손자 일꾼은 텃밭 베짱이가 되었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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