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텃밭 점령군

신실하심 2025. 7. 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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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주인께서 노환으로 집을 비우신 지 2개월째.

 

비가 오지 않아 채소들은 목말라하는데, 지글지글 타오르는 햇빛 아래에서도 쇠비름, 강아지풀, 괭이밥, 까마중, 바랭이풀 같은 잡초들은 더욱 왕성하게 세를 늘려가고, 심지도 않은 채송화와 들깨가 우후죽순 자라고 있어 여기가 텃밭인지 잡초밭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텃밭을 천국으로 여기시는 편찮으신 주인께서 자신이 가꿔왔던 천국 세상이 잡초밭으로 변한 모습을 보시고 실망하실까 하여, 남편과 함께 여전히 텃밭 집사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데, 갈 때마다 더 무성해지는 잡초 점령군과의 싸움은 거의 '사투'에 가깝다.

 

애들 등교시키고 부랴부랴 와도 빨라야 9시 반. 그때부터 분초를 다퉈 텃밭에 길을 내고 점령군 잡초를 물리치느라 남편은 웃통을 벗고 삽으로 흙을 푸면, 나는 호미 들고 쭈그리고 앉아 잡초 뿌리의 흙을 털어 버리는 작업을 한다.

 

점점 뜨겁게 머리 위로 내리쬐은 햇빛에 온몸에서는 비 오듯 땀이 쏟아지지만, 늦어도 12시 반에는 출발해야 오후 일을 볼 수 있어서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래도, 엄마가 가꾸셨던 정원 같던 텃밭에는 한참을 못 미치니, 그간 주말마다 누렸던 정갈한 텃밭은 엄마의 일주일이 고스란히 담긴 위대한 작품이었던 것을 이제야 느낀다.

 

그러다 문득, 주인 없다고 텃밭을 온통 점령한 잡초들처럼, 혹시 내가 내 안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1 순위로 여기고 있지 않아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영의 어딘가가 원치 않는 잡초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갑자기 두려워졌다. 

 

신실하신 하나님이 이끄시는 삶을 입으로만 말하는 자가 아니라 마음으로, 영으로 고백하며 더 깊이 성령님과 교제하여 십자가의 구원을 순간순간 경험하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힘은 들었지만, 잡초 점령군 덕에 내 안의 하나님 나라를 다시 점검하게 된 건 참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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