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는 땅과 하늘을 벗 삼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라고 지는 식물들이 많다.
적당히 먹기좋은 냉이를 제공했던 텃밭에는 고실고실 하얀 냉이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고, 볕 드는 돌밭에는 노란 장다리꽃이 바람 따라 살랑살랑 손짓을 하고 있다. 노랑과 하양의 랑데부로 작은 텃밭은 지루할 새가 없는 풍경을 펼친다.


꽃무릇 앞쪽에는 하얀 둥글레꽃이 망울망울 맺혀 청초한 자태를 뽐낸다. 늦가을에는 뿌리를 캐어 말린 후 차로 마시게 해주는 참 이로운 식물이다.

보통 민들레는 노란색이나, 언젠가부터 하얀 민들레가 찾아왔다며 엄마가 고마워서 그대로 두셨다는데 부추 사이에 자리 잡은 하얀 민들레는 자신을 맞이해 준 텃밭 주인께 해마다 인사를 드린다. 인사성 바른 건 사람이 식물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감나무가 서 있는 잔디 한 쪽에 방풍나물의 씨가 날아와 자라고 있다. 키가 큰 녀석이 옆으로 자라고 있어 안쓰러운데, 잎도 상하지 않고 싱싱하게 자라는 걸 보니 스스로는 노란 민들레와 이웃하며 꽤 즐거운 모양이다. 이 아이도 때가 되면 텃밭 주인께 하사되는 나물로 변신될 터다.

돌밭 여기저기에는 취나물이 보드랍게 자라고 있는데 누가 돌보지도 않는데도 굵은 뿌리를 의지해 씩씩하게 올라오고 있는 취나물을 바라보면 환경을 탓하지 않고 쑥쑥 자라 땅을 제공한 주인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그들에게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어디서 날아왔는지 돌미나리 연한 잎이 감나무 아래에서 싱그럽게 올라오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연둣빛이 너무 선해 깨끗한 양심의 빛이 아닐까 감탄하며 한참을 바라보다 한 줌 잘라 식탁에 올려 샐러드로 먹으며 나의 속마음을 좀 더 깨끗이 씻어내었다.


얼마 전 겨울을 살아냈던 야생 갓을 캐어냈는데, 남아있던 뿌리에서 다시 어린 갓이 자라 꽃망울이 맺혔다. 이 꽃도 먹을 수 있는 것이라, 옆에서 자라고 있던 달래까지 뽑아서 물김치를 담갔다.



꼬맹이 손주들과 이런 텃밭 채소들을 같이 보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본인들도 김치를 함께 담고 싶다 해서 한 자리 깔아주었더니 진심으로 버무리고 있다.


이렇게 소리없이 손길이 가지 않음에도 스스로 날아와 자라서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 식물들처럼 나도 아이들도 세상에 이로운 사람으로 남고, 성장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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