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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정원에 핀 장미만 꽃인 줄 알았다가, 세상천지가 다 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엄마의 텃밭을 돌보면서부터다.
텃밭에서 가을이 올 것을 알리는 빠른 꽃 중의 하나가 부추. 여름 내 부추전과 부추김치 거리를 제공하더니 이제는 자금자금한 흰색꽃을 머리에 인, 한 무리의 부추꽃이 한창이다. 파란 하늘을 향해 살랑거리면 하얀 안개꽃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아리한 부추꽃의 매력에 시선을 뗄 수 없다.
부끄러운지 늘 얼굴을 아래로 숙이고 피는 연보라 가지꽃은 아가의 연한 피부같이 해맑다. 너무 예뻐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예쁜 손녀의 얼굴까지 포착됐다. 너도, 꽃도 참 예쁘다.
텃밭 울타리에 넓게 퍼져, 손바닥보다 더 넓은 이파리 사이로 얼굴을 쑥 내민 진노란 호박꽃도 건강함을 내뿜는 씩씩한 꽃이다. 이파리에 숨어 있는 고추꽃이나 가지꽃 같지 않게 자신있게 자신을 드러내는 호박꽃의 자신감을 나는 참 좋아한다.
뒤란 자갈밭에 씨를 퍼트린 취나물에도 꽃이 피었다. 여리하게 핀 흰 취나물꽃이 가을 국화 같아 한 컷 찰칵.
30 평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텃밭이지만, 계절마다 채소에도 꽃이 핀다는 사실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이런 채소꽃들 덕에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으면서, 내가 얼마나 작은 자인지 더욱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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