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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이 넘었지만 여전히 직장인이고 운동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었기에 건강에 대한 염려는 거의 하지 않고 있던 차에 어느 날 발병한 대상포진은 내 몸이 내 맘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하였다.
어느 날엔가 슬그머니 나타난 앞가슴 통증과 등결림을 무심히 넘어갔는데 드디어 일주일 후 통증 부위에 수포가 생기기 시작했다. 통증이 너무 심해 수백개의 바늘이 24시간 찌르면서 뜨거운 불 위에 올려져있는듯한 화끈함 때문에 누어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웠고 항바이러스제 탓인지 입맛도 없었지만 위막힘이 심해 식사하는 것도 여간 어렵지 않았다.
고통을 어찌하면 덜 느낄 수 있나 고민 중에 문득 버리려고 모아둔 손가락 만한 조각 천들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조각천 놀이를 좋아해 이것저것 만드는게 취미인 내게 버릴 천들을 이리 저리 엮어 조그만 파우치를 만드는 작업은 꽤 괜찮은 놀이였다. 자르고 붙이고 연결하고 겉과 솜, 안감을 겹쳐 퀼트하고 모양내서 지퍼까지 달고... 청바지 단 자른 것, 손주 크립에 깔 요를 만들고 남은 작은 조각 등등이 이렇게 또 다른 변신을 하게 되었다.
일주일 정도 지속된 지독한 통증이 있던 시간에 난 끙끙거리며 아픔과만 싸운게 아니라, 아픔에도 불구하고 이를 잊게 해주는 다른 일에 집중하다보니 어느 새 수포는 많이 말라 꾸둘꾸둘해졌고 통증도 다소 약해졌다. 아직도 통증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프다는 사실에만 집중해 주어진 시간들을 고통으로 채워가고 싶진 않다.
통증과 바꾼 작은 파우치들이 그래서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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