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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36도가 넘은 날의 제주.
대낮에도 발이 시렵다는 삼양해수욕장의 용천수를 손녀들과 다녀왔다.
시원한 물을 밟으며 신나하는 3번 손녀.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슬그머니 발을 담그는 2번 손녀.
물 속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저항하는 사춘기 직전의 1번 손녀.
어른들 손잡고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동생들을 보며 조금씩 맘의 문을 열기 시작한 1번 손녀가 내 손 잡고 조심조심 발목을 적시는 그 때, 배까지 물 속에 담그면 옥수수 사준다는 내 밑밥에 귀가 솔깃해 지는 듯.
드디어 셔츠까지 적시고 물놀이에 재미를 붙인 1번 손녀가 하는 말, '옷 적시지 않으려는 마음을 포기했더니 되게 편해졌어요~~~'
맞아, 옷에 물이 묻는게 뭐 대수라고... 젖은 옷은 바꿔 입으면 되고 지금은 재밌는 물놀이에 집중하는 것이 최고지...
환갑을 넘어서야 그동안 내가 힘껏 붙들고 있던 대부분의 것들이 사실은 생명없는 것들이었음을 깨닫고 '내려놓음의 자유'를 경험하고 있는 중인데, 10살 손녀의 한 마디 고백이 마치 내게 속삭이는 주님의 음성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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