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평 정도되는 엄마의 텃밭이 늘 새롭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계절따라 적당히 피고지는 채소꽃 때문이 아닐까 한다.
주인이 심은 채소와 주인의 아량으로 뽑히지 않고 터를 잡아 매해 자기 영역을 늘려가는 야생초가 적당히 어우러져, 봄이 되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안개가 자주 일어 사방이 뿌옇게 보이는 봄에 샛노란 꽃만큼 상큼한 꽃이 어디 있을까?
겨울이 지나고 입맛이 떨어지는 봄에 조금 뜯어 먹으려고 텃밭 한쪽에 날아와 앉은 씀바귀를 뽑지 않고 놔두었더니 몇년 새 밭을 이루어 노란 씀바귀 정원이 생겼다. 사방이 환해진다.
완두콩은 강낭콩과 함께 엄마의 최애 식품인데, 이른 봄에 씨를 뿌리면 4월 말 경이면 얌전하게 생긴 하얀 꽃을 피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품이 있으셨던 외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올해엔 틀실한 둥글레 줄기에 방울같은 크림빛 꽃이 주렁주렁 열렸다. 봄에는 꽃으로, 가을엔 뿌리로 터를 내준 주인께 충실하게 댓가를 지불하는 녀석들. 고맙고 사랑스럽다.
어디 그뿐인가 ? 텃밭 가장자리 아주 척박한 곳에는 해마다 영역을 넓혀가는 산딸기가 있는데, 이 맘때면 노란색 앙증맞은 꽃과 함께 빨간 산딸기를 맺어, 어쩌다 방문한 어린 손녀들에게 새콤달콤한 신기한 맛 볼 거리를 제공하는 다정한 녀석들이다.
텃밭 맨 위 두둑에는 지난 겨울 대파 대란 시에도 엄마의 식탁에서는 난리없이 지나가게 한 기특한 대파가 자리잡고 있다. 이제는 긴 이파리 꼭대기에 커다란 둥근 꽃이 피어 멀리서 봐도 늠름한데, 곧 씨를 받아 내년을 기다릴 시간이 다가왔다.
이처럼 주말마다 찾는 이에게 늘 다른 모습으로 주인의 부지런함을 전하는 텃밭의 수수하지만 건강한 채소꽃들에게 어느 누구가 화원의 화려한 꽃들보다 못하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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