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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로 들어서면 '내년에 내가 살아 있으면 봄에 000을 심으려 한다'는 말씀을 몇 년 전부터 해오셨기에, 텃밭은 엄마의 생명줄이다.
올해도 추운 겨울을 잘 보내시고, 봄을 맞이하니 구부러진 허리를 지팡이에 기대어 또 다시 봄에 심을 모종을 준비하셨다.
언젠가부터 토요일 엄마 집을 방문하러 전화를 드리면 늘 혼자오냐고 물으신다. 기력이 점점 쇠하시니 힘쓰는 일을 해 줄 장정이 필요하신 듯.
그래서 결혼 때부터 엄마와 소통을 꽤 잘 해온 남편은 왠만하면 주말에 엄마 집을 방문하는 훌륭한 사위다.
지난 주도 아침부터 허리 아픈 장모님을 눕혀 놓고 마사지부터 시작해 허리 운동까지 시키는데, 엄마는 아프다면서도 시원하다고 장단을 맞추신다. 머리가 귀신같다며 파마하시겠다셔서 미용실에 모셔다 드렸는데, 그 사이 남편은 근처 목장에서 나온 삭은 소똥을 5 지게나 퍼 날라 가지, 호박, 오이, 토마토, 고구마 등이 심길 빈 땅에 부어놓고, 내친 김에 모종을 심으실 수 있도록 땅을 모두 뒤집어 놓았다.
실제로 뭘 해달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지만 내심 모종 심기 전에 비료라도 뿌려야되는데 걱정만 하셨던 엄마 얼굴에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웃음이 스르르 번진다. 이래저래 40년지기 사위는 장모님이 애지중지하는 텃밭 살림에 꼭 필요한 집사(執事)로 거듭나고 있다. 고마운 남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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