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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텃밭 덕에 잡초라 불리는 식물들을 새삼 알아가는 재미가 참 좋다. 더구나, 그간 먹을 수 있는 식물인 줄 모르고, 함부로 대했던 주변의 풀들이 인간의 먹을거리로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알아가면서, 몰라봐 미안한 마음을 갖고 다시 보게 된 것도 바람직한 변화다.
지난 주말엔 엄마 집 뒤쪽, 조그만 자갈밭에 여기저기 올라온 취나물을 채취했다. 고무 호스로 물을 대는 곳이 아니기에, 비오면 비 온대로, 가물면 가문대로 환경에 맞춰 올라와야 하는 땅이다. 그곳에 몇 해 전 취나물 세 포기를 지인으로부터 얻어 심었는데, 어느새 꽃을 피우고 씨를 만들어 취나물 밭을 이루어놓았다.
물기 얻기가 쉽지 않은 자갈밭이라 시장에서 파는 취나물에 비해 뻣뻣하기 그지 없지만, 향만큼은 어느 취나물에도 뒤지지 않는다.
살아내느라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여릿한 줄기 아래 뿌리 밑둥은 손노동을 오래 한 노인의 굵은 손마디같이 두텁고 단단하다. 뿌리를 뽑지 않고 잎만 뜯으면 일주일 후 그 옆자리에서 자란 취나물 잎을 또 채취할 수 있다. 이렇게 4, 5월 두어 달 간 땅을 내준 주인에게 지속적으로 먹을거리를 내주는 취나물의 애씀이 참 고마운데, 한편으론 애절하기도 하다.
척박한 땅 자갈밭에서 오히려 강인하게 살아남은 취나물의 생명력에 감탄하며, 인생에게 찾아오는 부침이 오히려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잠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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