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무청 백김치

신실하심 2020. 11. 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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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심은 탓인지, 올해 거둔 무의 크기가 너무 작다며 속상해 하시면서도 무 맛은 꽤 괜찮다 스스로 자위하시는 엄마.

 

사실 매년 가을 엄마 텃밭에서 수확하는 김장 무가 250여 개 정도 되어 엄마와 5남매의 겨울 먹거리로 아주 유용하다.

 

올해 수확한 무는 엄마 말씀대로 작은 게 많긴 하나, 나는 오히려 더 반갑다. 동치미는 엄마가 이미 담그셨기에, 난 질긴 무청은 떼어내고 연한 무청만 달린 작은 무로 국물이 자작하게 부어진 무청 백김치를 담기로 했다.

 

깨끗이 씻은 무청의 무를 동글동글 썰어 소금 살짝 뿌려 절인다. 양념은 일반 무청김치에 넣는 것과 비슷하나, 고추가루는 넣지 않고 마른고추 서너 개의 씨를 빼고 절구통에 팡팡 빻아 넣는 것이 다른 점이다.  

 

대파, 갓, 쪽파, 양파, 마늘, 생강, 매실청 조금, 액젓, 찹쌀풀(또는 밀가루풀), 소금 등으로 양념을 만들고 절인 무를 한번 씻어 물을 빼고 양념과 버무려 통에 담은 후 하루 저녁 찬 곳에 놓아둔다. 다음 날, 찹살풀을 묽게 쑤고 소금 넣어 간간히 간을 맞춘 후 식혀서 무청 백김치 위에 부어 적당히 익을 때까지 선선한 곳에 놓았다가(기호에 따라 다르나 내 경우는 11월 날씨에서 2일 정도) 냉장고에 저장한다. 맛이 순해서 어린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김치다.

 

겨울 밥상의 백미는 배추김치, 백김치, 동치미, 총각김치, 갓김치, 깍두기 등 가장 맛이 좋은 계절 채소로 만든 갖가지 김치들만으로도 한 끼를 흡족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인데, 냉장고에 저장한 지 일주일만에 처음 꺼낸 무청 백김치의 동그란 무의 아삭이 소리와 혀 끝을 톡 쏘는 사이다 같은 맛 덕에 무청 백김치 한 사발이 뚝닥 비워졌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