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평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텃밭이지만, 노모의 손길은 늘 분주하다. 9월 초에 고구마를 깬 텃밭의 반이 한달 여 동안 빈 터로 남아 있다가 드디어 내년 봄 수확을 위해 마늘밭으로의 변신이 시작되었다.
그 새 딱딱해진 텃밭을 큰 삽으로 푹푹 떠내 엎어 놓은 후, 유기농 비료를 훌훌 뿌려 흙과 섞이게 하고, 쪼그려 앉아 작은 호미로 돌 같이 굳은 굵은 흙덩이를 일일이 두드려 부순 후, 이를 다시 쇠스랑으로 골을 만들고 손으로 만져 적당한 높이의 마늘 두둑을 만들어야 한다. 이 작업을 엄마와 둘이 하는데도 두 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삽으로, 쇠스랑으로 터를 고르고 골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해 땅 속에 숨어 있던 고구마를 한 소쿠리 인양(?)했다. 이 밭을 그대로 두었다면 아마 마늘 대신 때 아닌 고구마가 줄기를 드러냈을지도 모른다. 예쁘게 만들어진 마늘 두둑을 보며 호세아 10:12의 "~ 묵은 땅을 기경하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굳어진 땅에 새 식물을 심으려면 옛 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땅을 갈아 엎어야 한다. 마치 고구마밭에 마늘을 심기 위해 삽질을 한 것처럼.
'악을 밭 갈아 죄를 거두고 거짓 열매를 먹었나니 이는 네가 네 길과 네 용사의 많음을 의뢰하였음이라' (호세아 10:13) 고 부르짖은 호세아 선지자의 말처럼 우리 자신이 굳은 땅이 되어가는 것도 모른 채 소유의 많음에만 집착하고 살고 있는 나를 포함한 인생들에게 '공의를 심고 인애를 거두라'(호세아 10:12 전반)는 호세아 선지자의 명령은 지금 당장 묵은 내 마음밭이 하나님의 생령으로 다시 온전히 운행되도록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를 회복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아담의 죄 이전의 피조물로 돌아가자는 하나님의 간곡한 부르심으로 다가온다.
별로 해 본적 없는 삽질, 호미질로 오른 어깨, 팔과 손목, 손바닥은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임에도 마늘밭 기경(起耕)이 깨닫게 해 준 놀라운 말씀의 은혜가 이를 충분히 커버하는 기쁨으로 다가오니 결코 손해본 장사는 아닌 것 같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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