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주 토욜 아침, 남편과 함께 성환 엄마 집을 방문했다. 그 날은 유난히 엄마가 사위를 반겼는데, 알고 보니 비가 오지 않아 텃밭에 물을 줘야하는데, 고무호스가 여기저기 터져서 갈아야되는 상황. 뭐든 엄마 집 문제를 뚝닥 해결해주는 사위가 딸보다 더 반가운 모양이다.
그찮아도, 지난 주 남편이 엄마네 호스가 너무 낡았다며 바꿔야되는 것 아니냐고 내게 물었을 때, 물은 좀 있다 줄테니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당당히 대답했는데, 사실은 바꿔야 했던 것.
엄마가 사위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호스를 바꿔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에 남편은 내게 거봐~ 지난 주에 보니 호스 바꿔야 한댔잖아~ 하며 한 말씀 하신다. 그러게~ㅋ
후다닥 설비재료상에 가서 호스를 사와 새 것으로 바꿔놓은 사위를 향해, 엄마 왈 '난 자네 없으면 못 살아' 하신다. 최고의 사랑 고백.
이에 기분 좋아진 남편이 텃밭에 소똥 갖다 부어야 되지 않나? 한다. 물론 좋겠지만, 그게 얼마나 힘든데. 할 수 있겠어요? 하니 슬그머니 밖에 나가 소똥 있는 곳을 정탐하고 온 듯. 다 삭은 소똥 발견했다며 텃밭과 감나무 밑에 몇 통 가져다 붓자고 한다. 엄마는 내심 좋아하시면서도 미안하다고 조금만 하라고 하시는데 남편과 나는 11통이나 퍼 와서 감나무, 대추나무, 고구마와 강낭콩 심을 밭에 넉넉히 뿌려주었다.
올 텃밭에는 소똥 먹고 잘 자란 먹거리로 넘쳐 나겠다는 엄마의 소망이 열매로 열려지고 노모의 80대 마지막 해가 건강하게 지나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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