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

뜻밖의 생일 선물

신실하심 2026. 3. 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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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생일날 아침.
마침 새 학년 개학날이라 새벽부터 일어난 2학년 손녀가 우리를 급히 불렀다.
'할머니~ 할아버지~ 지난번 미국 갔을 때 이모부랑 엄마가 준 거 맡겨놓은 돈 모두 주세요~~~' 
 
맡긴 돈을 돌려주니 본인 지갑의 돈과 합하여 세고는, 다시 나를 불렀다.
'할머니~ 오늘 할머니 생신이지요? 근데 오늘 제가 학교 갔다가 수영도 가야 해서 너무 바빠 선물 살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이 돈으로 할머니 좋아하는 것 사세요~ 생신 선물이에요~~~'

 

 

겉면에 '할머니 생신축하해요'라고 쓴 흰 봉투를 받아 속을 열어보니 노란색 큰돈이 한 장 들어있었다.
헐...
어린 애가 돈봉투를 만들어 선물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 잠시 띵한 느낌.
 
좀 있다 6살 손자가 '나도 할머니 선물 있어요~'하며 볼펜 몇 자루가 들은 작은 박스 하나를 가져와 주길래, 

내가 어쩌나 보려고 '나도 볼펜 있어~'하니,

손자의 다음 말, '할머니~ 이거 잘 나와요~~~'ㅋㅋㅋ

온 식구가 한바탕 웃었다.
 
한글을 쓸 줄 아는 손자에게, '그럼 이거 봉투에 넣고 생일축하한다는 글을 써 줘' 했더니, '할머니~ 봉투에는 넣을 줄 모르고 상자 위에 글씨를 쓸게요~'
 
그리고, 가져온 볼펜 상자 위 여기저기에 삐뚤빼뚤 쓴 글이 대충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본인이 쓰고도 잘 읽지 못한 글씨지만.ㅋㅋ
'할머니생신 축하들어요 ㅈㄹ겁우 잘 지네요. 노아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지 햇수로 3년째.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부모에게 보낼 생각을 하면 내 마음 한쪽이 빈 듯해지기도 하는데, 꼬맹이 손주들과 몸 부딪치며 보낸 이 시간은 노년에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큰 선물이었기에, 올여름 아들 내외에게 보낼 때까지 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참고로, 손녀가 준 오만 원권 지폐는 허투루 사용할 수 없어 고민하고 기도하다, 손녀를 잘 키워 주시는(손녀왈 우리 교회 주일학교는 너무 재밌는 곳이란다) 교회 주일학교 교사들께 커피를 대접하고 싶어, 돈의 출처를 간단히 설명하고 유년부장님께 드렸다.

 

손자의 볼펜은 두고두고 내가 사용할 예정이고... 박스도 함께 보관해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