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텃밭 채소들의 변신 !

신실하심 2019. 7. 2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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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엄마 집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둘러보는게 텃밭 채소들이다. 땅거름과 물을 먹고 자라는게 채소들이지만, 주인의 손 정성이 더해지면 척박한 땅에서도 먹을거리를 열심히 내주는 기특한 녀석들이다.


텃밭 채소들 중에는 엄마가 심어서 난 것도 있지만, 어디선가 날라온 씨들이 자리를 잡아 저절로 자라는 것들도 더러 있다.


엊그제엔 풋고추와 쑥갓, 아욱, 뒤란의 취나물, 조선부추와 오가피 새순,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자란 들깻잎과 호박잎, 어린 근대을 땄다.


사람살이도 그렇지만 채소들도 여러 종류가 빡빡하게 몰려 자라면 힘있는 녀석들에 의해 나머지 채소가 성장하지 못해 자주 들여다보고 풀을 매줘야 한다. 부추의 경우도 가끔 잘라줘야 더 잘 자라기 때문에 어지간 하면 1, 2주에 한번씩은 사람 머리 자르듯 잘라주는게 좋다.


엄마 집에 정기적으로 드나든지 벌써 10년 째. 덕분에 텃밭 채소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 자라는지, 얘들을 어떻게 해 먹으면 좋을지 저절로 학습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엔 가져온 채소들로 조촐한 손님 밥상을 차려보았다.


취나물은 야생이라 조금 억세서 푹 데친 후 들기름과 깨소금, 갈릭 파우더로 양념하고, 오가피 잎과 호박잎은 쪄서 두부와 풋고추, 양파, 된장 및 멸치가루 넣고 만든 두부된장 쌈장과 함께 놓았다. 엄마 집 부추는 재래종이라 시장 것보다 잎이 얇아서 다듬기는 귀찮지만, 맛이 좋아 오이와 함께 넣어 오이 깍두기를 만들고, 깻잎은 깨끗이 씻어 뜨거운 물에 데쳐 물기를 꼭 짜낸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엄마네 집간장과 파, 마늘, 깨소금, 들기름을 넣고 주물주물해 물을 조금넣고 얕은 불에서 푹 익혀 깻잎 나물로, 풋고추는 밀가루 묻혀 쪄낸 후 양념장에 무쳤다.


그전에 가져와 저장해 두었던 머윗대는 집간장, 파마늘, 양파, 들기름과 들깻가루에 물을 자작하게 넣고 중불에서 끓여 머윗대 나물을 만들고, 가지는 쪄서 깨소금 많이 넣고 파, 마늘, 갈릭 파우더와 들기름으로 가지나물을, 호박은 썰어서 새우젓 국물로 간 해 볶은 나물로 준비했다.


작년 김장 때 거둔 무로 준비해둔 무말랭이는 마른 고추잎과 함께 게간장에 갖은 양념을 넣은 양념장으로 무말랭이무침을, 무청 시래기는 푹 삶아 며칠 우려낸 후 어묵 넣고 볶고, 마른 고구마줄기 역시 푹 삶아 파, 마늘, 집간장, 깨소금, 들기름으로 나물을 만들었다. 쑥갓은 데친 후 두부와 섞어 갈릭 파우더, 깨소금, 들기름으로 무쳐 쑥갓두부 나물로 올리고. 


여기에 엄마 집 부추에 빵가루, 마른 새우, 계란, 밀가루 조금 넣고 부추전을 만들고, 묵은지 삼겹살찜과 보리밥까지 준비해 놓으니 근사한 손님 밥상이 차려졌다. 먹는 이의 취향에 따라 비빔밥을 드셔도 좋고 그냥 드셔도 좋도록...


집밖에 나가면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값으로 치면 얼마되지 않는 식탁이지만, 심고 기른 이의 정성과 만든 이의 정성까지 합하면 모시는 손님들에게 최고의 대접이 아닐까하는 혼자 생각에 문득 세상의 채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