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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전에는 캐야 하는데...' 마늘밭을 쳐다보며 혼자 소리하신다. '걱정 마요. 월욜에 올께요.' '그럴래?'
몇 년 전만해도 5, 6 두둑 정도의 마늘밭에서 마늘 캐는 건 혼자서도 잘 하셨던 엄니가 이젠 엄두가 나지 않으시는 모양이다.
그래도 운동 겸 소일거리로 텃밭 가꾸기만큼 좋은 게 없어 보여 엄마가 원하시면 굳이 말리지 않고 ㅇㅋ.
마늘 5 두둑, 감자 2 두둑이라 보기엔 쉽게 캘 줄 알았는데 웬걸...
쪼그리고 앉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은데다 호미 한 자루 쥐고 일일이 땅을 파서 거두는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감자는 땅속 깊이 파묻혀 있지 않아 비교적 쉽게 캤는데 마늘은 뿌리가 상당히 깊이 박혀 한 손으로 땅을 두드리고 다른 손으로 마늘 빼는 작업을 거의 두 시간 이상 쉬지않고 한 것 같다. 나는 캐고 엄마는 정리하고.
잘못하면 호미로 마늘을 찍게 되고 또 잡아당기다가 마늘대를 부러뜨리기도 해서 도무지 박사 인건비(?)는 커녕 편의점 알바비도 벌지 못할 실력. 그래도 다 캔 마늘을 말리려고 잔디위에 쭉 늘어놓고 나니 뿌듯하긴 하다.
아마도 이 맛에 때가 되면 작물을 심고 거두는 일을 평생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10년 간 엄마 집에 매주 오면서 나도 모르게 학습된 것이 혹시 이런 작은 농심(農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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