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과 맞물려 전국의 코로나 확산세가 엄중한 터라 어디 갈 곳이 마땅히 없는 손녀들이 울 안에서 맘껏 뛰놀고 스트레스를 풀라고 함께 엄마 텃밭을 방문했다.
낮에는 너무 더워 감히 나갈 생각을 못하다가, 햇빛이 조금 수그러든 오후 5시경 아이들이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그 사이, 남편과 나는 무성해진 고구마줄기를 솎아내는 작업을 하는데(줄기를 솎아내지 않으면 영양이 모두 줄기에게 가서 고구마 알이 작아진다고 한다), 3번 손녀가 자기도 하겠단다. 손주들 말이라면 별이라도 따다 줄 사람이라 입으로만 일을 하는 손녀의 요구사항에 일일이 대꾸하며 채취하고 있는 남편. 대단하다~~.ㅎ
이제는 고구마줄기의 껍질을 깔 차례.
그늘진 곳에 자리잡고 앉아 일을 시작하려는데, 뛰놀던 애들이 한꺼번에 '나도 할래요~'한다.
'그럼 앉을 의자 가지고 와~' 증조할머니 집을 자주 방문해, 모든 물건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녀석들이 잽싸게 계단을 올라가 의자 하나씩 들고 와 자리 잡고 앉는다.
'어떻게 해요?' '재밌어요~'... 저마다 재잘거리며 껍질 제거하는 일에 초집중 시작.
이 때가 밥상머리 교육할 때.
'고구마 줄기 김치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저요 저요 저요...' 세 녀석들 모두 번쩍 손을 든다.
'5일장 가본 사람?' 또 '저요 저요 저요'
'5일장 가면 여름에 고구마 줄기 파는 아줌마들이 있는데, 물건을 가져오려면 밭에서 줄기를 따고, 껍질 벗겨서 가져오시는 거야~ 보통 2천 원, 3천 원 정도 묶어서 파는데 너희들 각자가 껍질 벗긴 것 얼마 친지 알려줄까?' '네~~~'
그리고 열심히 껍질을 벗기는데, 몇 개 벗기고 나더니 '할머니 이거 얼마치에요?' 묻는다. 에구.
'이건 10원어치, 이건 50원어치~' 조금 있다가 '이건 15원어치, 이건 80원어치~'
'근데 할머니 손톱 밑이 까매요~' '괜찮아 더러운 게 아니고 고구마 색깔 물이 들어서 그런 거야~'
드디어 나와 엄마가 거의 다 다듬을 즈음, '각자 껍질 깐 것 세어봐~ 얼마 친지 알려줄게~'
2번 손녀는 45개, 1번 손녀는 72개. 후하게 쳐서 2번 손녀에게는 200원어치, 1번 손녀에게는 300원어치로 값을 매겨줬다.
그리고, 한 마디 더.
'얘들아~ 열심히 껍질을 깠는데 1000원어치도 안됐지? 너희가 고구마 줄기를 맛있게 먹기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와준거야~ 잊지 말고 고맙게 생각하자~ 고구마줄기 재료도 함부로 버리지 말고~~'
'네~~~~'
목욕하고, 밥상머리에 앉은 세 손녀들, 마지막 남은 고구마줄기 김치를 싹쓸이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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