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덕에 줄기가 꺾여 뚝뚝 떨어진 엄마 텃밭의 늙은 호박들을 자식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시고 제일 못생긴 것 하나를 속 파고, 껍질을 벗겨 정리해 놓으신 늙은 호박. 상하기 전에 얼른 처리를 해얄 것 같아 부침개와 짜글이 찌개를 만들었다.
조금 더 줄기에 붙어 있었더라면 더 주홍빛을 띤 호박으로 변신해 완전 꿀맛 호박으로 변신했을 터이나, 이 정도만 해도 꽤 달달해서 어떤 요리를 해도 설탕 그 이상의 맛을 낼 수 있다.
늙은 호박 짜글이 지짐은 서산이나 당진이 고향인 사람에게는 고향 같은 젓국지와 유사한 음식으로, 늙은 호박을 적당한 크기의 깍둑썰기를 하고, 마늘과 파, 텃밭에서 바로 따 온 풋고추를 숭숭 썰어 넣은 후 쌀 뜬 물을 자박하게 붓고 새우젓으로 간한 뒤 고춧가루 조금 넣어 볼그스름하게 색을 입혀 약 2, 30분 끓이면 바로 먹을 수 있다. 늙은 호박이 익어 보드랍게 되고 달달한 호박 설탕이 국물에 배어 나와 입맛 없을 때 먹기엔 무척 훌륭한 음식이다. 돌잡이 손자에게는 고추가루 넣기 전에 일부를 덜어 따로 끓여 줬더니, 한 사발을 정신없이 먹는다.
짜글이 지짐을 불에 올려 놓고 바로 늙은 호박 부침개를 준비했다. 늙은 호박을 채칼로 썬 후 소금을 조금 뿌려 호박에 간을 입히고, 그 위에 계란 2개를 깨서 늙은 호박과 잘 섞은 후 밀가루 1컵 정도(또는 빵가루-좀 더 고소하다. 개인적으로 부침개 조리 시 밀가루보다 원 재료를 많이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함)를 넣고 비빈 후 기름을 넣고 달군 프라이팬에 손으로 반죽을 얹고 모양을 만들어 노릇하게 지져낸다. 일반적인 부침개보다 밀가루를 적게 넣었기 때문에 늙은 호박 맛을 더 즐길 수 있으나, 부칠 때 모양이 잘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 부침개 반죽은 바로 다 사용하길 권장한다. 보관해 둔 늙은 호박 반죽은 불기가 많아져 부침개 모양이 잘 나지 않으니, 이 때는 밀가루나 빵가루를 더 넣어 부쳐야 한다.
점심으로 늙은 호박 짜글이 지짐과 늙은 호박 부침개, 야생 갓 물김치, 잔멸치볶음, 고구마 줄기 나물을 차렸더니, 남편은 이내 큰 그릇에 모두 넣고 비비기 시작한다. 텃밭에서 따 온 아기 상추까지 집어넣고.
암튼 텃밭에서 주방까지 무척 가까운 덕에 맛있는 채소 밥상, 즐거운 한 끼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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