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오이 1개에 2000원 할 정도로 비싸 오이를 사지 못했는데, 엊그제 엄마 집 갔을 때 5일 장이 서는 날 살짝 구부러진 오이 6개를 2000원에 득템해 신이 났었다. 폼나게 하려면 오이소박이를 만들어야 하지만, 그 날따라 무청김치도 담가야하고, 엄마 텃밭의 고구마 줄기도 걷어야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오이 깍두기로 메뉴를 변경했다. 사실 오이소박이는 만드는 품 뿐 아니라 밥상에서도 먹으려면 손이 가는 터라 내가 즐겨 만드는 것은 오이소박이가 아닌 오이 깍두기다.
즙이 많아 여름 음식으로는 최고 중 하나인 오이 깍두기는 만드는 과정 역시 쉽기로도 최고이다. 깨끗이 씻은 오이를 길이로 1/4 절단한 후 적당한 크기로 깍둑 썰기해 소금 조금 넣고 절인다. 그 사이에 텃밭에 나가 가느다란 조선 부추(마트에서 사는 두꺼운 부추보다 부드럽고 맛도 좋아 조선 부추 선호)를 가위질해 와서 다듬어 씻고 적당한 길이로 썬다. 살짝 절인 오이의 물을 따라내고(물기를 빼려고 오이를 손으로 눌러 짜지 말 것), 그 위에 썰은 부추(부추 양이 적은 듯 해 얇은 실파를 좀더 넣었다)와 마늘, 생강, 액젓(없으면 새우젓 다진 것도 무방), 매실액 조금, 소금 조금 넣어 살살 무치면 끝.
개인적으로 김치에 깨를 넣는 것은 선호하지 않지만 기호에 따라 넣어도 무방하고, 오이 깍두기의 경우 액젓을 넣지만 다른 김치보다는 적게 넣고 소금으로 간해 간간하게 먹는 것을 선호하므로 액젓은 그리 많이 넣지 않는다.
오이 깍두기는 익히지 않고 무쳐서 바로 먹을 수 있고 조리시간이 짧아 더워서 번거로운 음식 만들기가 어려운 여름철엔 기가 막힌 음식 중 하나다. 애 키우느라 밥도 제 때에 먹지 못하는 딸애에게 조금 갖다주면 하늘의 맛나를 얻은 듯 맛나게 먹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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