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라는 건 빛의 속도만큼 빠른 듯.
함께 지냈던 만 2년 간, 미취학이었던 손녀는 이제 초등 2학년이 될 예정이고, 기저귀를 차고 왔던 손자는 한글도 읽고, 푸푸 뒤처리까지 스스로 하는 어린이가 되었다. 키도 머리 하나는 더 자란 듯싶고, 마음도 많이 자라 규칙적인 습관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말솜씨가 부쩍 늘어 한 마디 한 마디가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며 때론 기특하기도 하여 기억하고 싶은 것들 몇 가지를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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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살 손자 왈, '할머니, 하나님은 무한 살인데 왜 늙지 않아요???'
손자 눈높이에 맞춰 진지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역부족.
+ 밤 9시 취침 시간에 뒤척이는 손자에게 '누가 먼저 잠드는지 내기할까?' 했더니,
'난 빨리 잠이 안 와요.'
'왜?'
'하나님이 날 이렇게 만들어서요...' ㅎ
+ 고장난 물건을 가져와 고쳐달라는 손자.
'이건 할아버지도 못 고칠 것 같아...' 했더니,
'그럼 하나님께 고쳐달라고 할까요???'
주일학교 유아부를 2년 다니면서 하나님에 관한 호기심이 많아져서 요새는 뜬금없는 질문도 더러 하는데, 이런 질문들이 마음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거라 믿으니 주일학교 전도사님과 교사들께 크게 감사하게 되었다.
+ 손자를 어린이집에서 픽업 할 때 선생님이 '수민이가 노아에게 업어 달라고 하며 잘 놀았어요' 하길래,
차 타고 오면서 손자에게 '수민이 업어 주었니?' 하고 물었더니,
'아니오...'
'여자이니까 업어 주지 그랬냐? 왜 안 업어줬어?'
손자 왈, '무거울 것 같아서요...' ㅋㅋㅋ
매사에 진지한 손자의 모습이 그려져서 한참 웃었다.
+ 오늘 저녁 메뉴가 칼국수였는데, 손녀 왈, '할머니 칼국수는 식당보다 맛있어요... ㅎㅎㅎ'라고 하자,
남편이 '나는 할머니가 만든 것은 다 좋아' 했더니,
손자가 물었다 '라면도요?'
'그럼'
손자 왈, '할머니가 만든 라면의 사랑에 빠졌네요...' ㅋㅋㅋ
어디에서 이런 멘트를 배웠는지 웃기면서도 무척 귀엽다.
+ 손자가 교회학교 수료예배를 가지 않겠다고 우기기에, 내가 '어쩌면 상을 줄 건데...'했더니 마음을 바꿔 참석을 했다.
그런데, 목사님과 악수하고 받은 게 '정근상장' 뿐. 손자 왈, '이게 무슨 상이야... 그냥 종이지...' ㅋㅋㅋ
(오전 유아부 예배에서 이미 상품을 3개나 받아왔음)
+ 사촌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데, 반찬으로 나온 데친 브로콜리를 동생이 먹지 않자 누나(누나는 잘 먹음) 가 한마디 하기를, '노아야 브로콜리가 네가 제일 좋아하는 초록색이니까 잘 먹어야지' 했더니 손자가 반격하기를 '김치, 깍두기는 누나가 제일 좋아하는 빨간색이니까 잘 먹어야지...' (손자는 김치, 깍두기를 먹는데, 누나는 잘 안 먹음).ㅋㅋㅋ
이제는 두 살 위 누나와 말싸움을 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많이 자랐다.
+ 제주에 사는 사촌언니네를 방문해 재밌게 놀던 손녀가 사촌언니에게 하는 말 '내가 다음에 올 때까지 이사 가지 마. 수영장도 재미있고 다른 재미있는 것도 너무 많아.' ㅋㅋㅋ
활기 찬 에너지를 무한 소유한 손녀는 무엇을 하고 놀아도 힘을 다해 논다.
+ 손주 둘이 서로 칭찬 이야기를 하는 중, 손녀가 갑자기 '할아버지는 공부를 잘 가르친다'고 하여 남편이 조금 뿌듯했다는데, 곧 이은 손자의 칭찬은 '할아버지는 빨래도 잘해'였다고... ㅋㅋㅋ
(사실, 남편이 우리 집 빨래 담당)
애들이 안 보는 것 같아도 집안 구석구석 돌아가는 일들을 모두 꿰차고 있었다.ㅎ
+ 손자가 태권도 시작한 지 반 년째. 매달 심사를 받으려면 일상생활 습관을 체크하는 종이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기 방 스스로 정리하기'다. 지난 달 말에 심사 종이를 체크하는 중, 내가 '자기 방은 스스로 정리하기' 칸에 세모를 하려니까 손자 왈 거기에는 ㅇ 아니면 x를 해야 한다기에 '네 물건 정리를 잘 안 하니까 그럼 x'쳐야겠다고 했더니, 급히 반박하는 말이 '난 내 방이 없잖아요!!!' 기막힌 받아치기다.
결국 나와 손자는 본인이 공부하는 책상을 정리하는 걸로 이야기를 끝냈는데, 그 후로 자신의 spot에 가지런히 올려 놓은 책들이 조금만 비뚤어져도 누가 그랬냐며 바로 놓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