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식사하면서 내일 먹을 저녁 메뉴까지 궁금해하는 먹는 것에 진심인 손녀.
며칠 전, 손녀가 집에 들어오면서 '할머니~ 라면전 해주세요'하였다.
'뜬금없이 웬 라면전?'했더니 가방에서 아래 사진의 레시피를 쑥 내밀었다. 친구가 써 준거란다.
어쩌다 먹는 라면이야 문제될 게 없지만, 자주 라면 노래를 하는 꼬맹이들이라, 일단 지금 차려놓은 식사부터하고 재료가 있는지 보고 생각해 보자 했더니, 입이 댓발 나와 툴툴거렸다.
'도대체 라면전이 뭐니?' 물었더니 요즘 초딩들이 많이 보는 만화책에 나와 있는 음식이란다. 언젠가 해주었던 '김드위치'라는 음식도 그 만화책 주인공이 먹던 거였는데, 아마 같은 주인공이 만들어 먹었나 보다.
어찌어찌해서 식구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검색을 해 보았더니, 우리 집 꼬맹이 말고도 이 음식을 해 달라고 하는 초딩들이 많은지 엄마들이 쓴 라면전 관련 블로그가 여럿 올라와 있었다. 재료라야 라면과 스프, 피자치즈와 processed American cheese만 있으면 되니 별 어려움은 없겠으나 사실, 너무 기름져서 해 주긴 싫었다.



그런데, 엄마라면 모를까 할머니는 손주 원하는 걸 안 해주기가 해주는 것보다 더 어려운지라(?) 식사하는 동안 어느 부인의 레시피로 '라면전'을 부리나케 만들었다.
할머니가 라면전 해 준다는 소리를 바로 안 해 심술 난 손녀의 얼굴이 그제서야 펴지며 웃음꽃이 만발.
레시피는 간단하다.
[ 라면 삶기 - 삶은 라면을 채반에 밭쳐 물기를 빼고 라면 스프 1/2을 삶은 라면에 솔솔 뿌려 골고루 섞는다 -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삶은 라면의 1/2을 팬에 올려 둥그렇게 모양을 잡은 후 중불에서 라면을 살짝 익혀 뒤집는다 - 뒤집은 라면 위에 피자치즈와 아메리칸치즈를 얹고 프라이팬 뚜껑을 덮은 후 치즈가 녹으면 꺼내어 먹는다 ]
그렇게 원하는 라면전이 드디어 상 위에 올라오니, '맛있겠다~ 으음~' 등 별 소리를 내가며 먹기 시작하는데, 생각만큼 맛이 없는 모양. 게다가 저녁 식사까지 넉넉히 해 포만한 상태에서 먹는 배부른 음식이 맛이 있을 리 없다.
한 두 입 먹다 멈추길래, '여기 한 장 또 있는데?' 했더니, 라면전 먹겠다고 심술부린 게 멋쩍었는지, 내일 아침에 먹겠단다.ㅎ
결국 그 다음날 아침, 라면전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리얼로 아침을 먹고 등교했다.
나의 작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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