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과 음식 꾸러미
밥보가 최고라 여겼던 7, 80년 대, 80kg가 넘었던 체중 탓에 환갑 즈음에는 뇌경색이 왔었던 엄마가 그 후 관상동맥에 2-3개의 스텐트를 삽입했고 80세 경에는 담낭도 떼어내고 신장도 썩 좋지 않으신 엄마의 지금 체중은 약 52kg 정도로, 난 무언 중 엄마의 이 체중을 유지시켜 드리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연세가 드시면서 허리도 굽고 점차 체력이 떨어져 운동 삼아 가꾸던 텃밭도 최소한으로 줄인 상태라, 몇 년 전부터는 당신의 식탁 반찬도 나와 동생들이 가져오는 반찬들로만 잡숫고 계셔서 토요일 방문할 때마다 점점 더 신경이 써지는 게 반찬거리다.
느끼한 음식들보다 정갈한 채소 반찬을 선호하셔서, 영양선생 이력을 가진 나로서는 고기와 생선, 채소, 몇 가지 국 등을 적당히 준비해가는 일이 큰일이 되었다.
지난주는 들깨미역국/콩나물국/얼갈이된장국 3가지와 함께 훈제오리부추볶음과 고등어무조림, 무생채, 연근조림, 콩나물무침, 우엉조림, 풋고추멸치다데기, 감자샐러드와 단호박샐러드, 단호박죽, 그리고 호박만두 속과 엄마가 좋아하시는 떡 2가지를 준비해 갔다. 우리 집에서 먹을 음식을 준비할 때 조금 더 해서 그릇에 담아 상하지 않도록 냉동 또는 냉장을 해놓은 것인데,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근육이 소실되지 않고 변비로 고생하시지 않도록 나름 생각하며 준비한 음식들이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냉장고부터 확인하다 냉장고가 거의 비어 있으면 한 주간 가져 간 음식들을 잘 드셨구나 싶어 흐뭇한데, 밥은 스스로 지으셔서 딸들이 가져온 반찬들로 알뜰하게 하루 세끼를 꼬박 잡수신다 하니 참 감사하다.
토요일 늦은 오후 온천을 다녀온 후, 저녁 식사로 내가 만들어 간 호박만두 속으로 만두를 빚어 만둣국을 먹었는데, 네가 맛있게 해줘서 잘 먹었다는 한 마디가 얼마나 고마운지...
젊은 날, 내게 큰 사랑을 베푸신 엄마께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살아계신 것이 너무 감사해서...